이날 오전 9시쯤 경기 부천원미경찰서 현관으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최경원(34)이 현장검증에 나서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추운 날씨 탓에 두툼한 조끼와 귀마개까지 착용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낸 최는 “아들을 죽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이어 고개를 숙이고 호송차량에 올랐다.
이후 최와 어머니 한모(34)씨는 함께 현장검증 장소 4곳을 차례로 확인했다.
첫 번째 현장검증 장소는 부천시민운동장 여자화장실이었다. 한씨가 아들 최군의 시신 일부를 봉투에 담아 유기한 장소다.
9시 30분쯤이 되자, 이들은 아들을 때려 사망케한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다세대 주택으로 이동했다.
약 1시간 25분간 이어진 두번째 현장검증에서 부모 중 누구도 눈물을 흘리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시신을 훼손하고 성인 남성 키만한 종이박스로 재현한 냉장고에 시신을 넣는 장면도 재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현장검증을 진행했다”며 “둘 다 별다른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을 마치고 먼저 나온 한씨는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침묵을 유지했다. 최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현장검증 장소는 지난 15일 어머니 한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3년 넘게 냉동실에 보관중이던 아들 시신을 잠시 옮긴 인천의 친구 집이었다.
이 때 두 사람에게 계란을 던지려는 주민들과 경찰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최는 아들이 사망하기 전날인 2012년 11월 7일 저녁, 말을 듣지 않는다며 집 안방에서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뒤 얼굴을 발로 차는 등 2시간여 동안 폭행했다. 경찰은 한씨도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데 가담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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