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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레스테롤은 거들 뿐, 혈관 벽을 봐야 한다”

직장인 김준만씨(52)는 평소 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지 않아 콜레스테롤 함유 음식을 피하고, 술과 담배를 끊는 등 콜레스테롤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행히 지난 겨울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에서 김 씨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내과에서 실시한 김 씨의 경동맥 내중막 두께는 1.4mm로 혈관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치의의 주의를 들었다. 정상 범위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받아 든 후 혈관 건강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았던 김 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굵직굵직한 의료계뉴스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뉴스가 있었다. 연초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콜레스테롤 섭취 제한 규정을 철폐한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수십 년 동안 성인병과 혈관계질환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 ‘감시’를 받아 왔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함유 음식 섭취에 대한 기준이 낮아지면서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에서 과연 그렇게 치명적인 악역을 맡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에 치열하게 불이 붙고 있다.

미국의 건강지 프리벤션은 “콜레스테롤은 몸 속 세포들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구성성분”이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심장질환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콜레스테롤은 체내 세포의 세포막을 구성하고 호르몬의 원료가 된다. 미국이 콜레스테롤 섭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변경한 데에는 실제로 우리 몸에서 활동하는 콜레스테롤의 상당량이 음식을 통한 섭취가 아닌 체내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뒷받침이 됐다.

전문가들은 콜레스테롤의 총량보다는 콜레스테롤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LDL콜레스테롤과 비만, 당뇨의 원인이 되는 중성지방은 여전히 관리의 대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혈관에 축적된 콜레스테롤을 배출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HDL 콜레스테롤은 오히려 부족할 경우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LDL 콜레스테롤 역시 형태에 따라 필요한 형태와 필요하지 않은 형태가 있는데, 이를 선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콜레스테롤 관리를 기치로 내건 건강보조제의 허구성이 여기에 있다.

혈관 내벽은 혈액과 그 침전물에 지속적으로 접촉하는데, 이 과정에서 때때로 손상을 입는다. 혈관 벽 내막의 상처에 콜레스테롤이 침착 되면 딱지 형태의 플라크가 돼 혈관 벽을 두껍게 만든다. 상처를 입은 피부가 흔히 그러하듯이 손상을 입어 부풀어 오른 혈관 벽은 두꺼워지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동맥경화가 일어난 혈관 내부를 흐르는 혈액의 흐름은 더 더뎌지고 잘 막힌다. 막혀 있는 혈관의 부위가 잘 터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막히거나 터지는 혈관의 부위가 경동맥이면 뇌졸중, 뇌경색 등의 뇌혈관질환이 발생한다.

심장으로 향하는 관상동맥이 막힌다면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간질환으로 이어진다. 콜레스테롤이 혈관계질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처럼 다소 멀고 복잡하다. 콜레스테롤의 증가가 직접적인 질병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앞선 사례 자와 같이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피부로 체감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혈관 벽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지난 2000년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이 실시한 ‘관상동맥 질환의 유무와 심한 정도를 예측하는 데 있어 경동맥 내중막 두께와 죽상경화반의 의의’ 연구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군에서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 해에는 치매 노인의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정상 노인보다 2배 두껍다는 연구 결과가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경동맥은 점차 뇌로 향하는 두 줄기 혈관으로 뇌혈관과 심혈관의 이상 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중대 지표로 인식되는 추세다.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인체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혈관이기 때문이며, 경동맥 내중막의 상태는 곧 인체 다른 부위의 혈관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해석 될 수 있다.

연세중앙내과 조세행 원장은 “콜레스테롤이 중요하지 않은 지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콜레스테롤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숙제고, 그 실효를 체감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어 “혈관계질환이 일어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원인을 통해 두꺼워지는 혈관벽 내막의 두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혈관 벽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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