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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 죽음, 검열, 통제…동시대 연극인들 남산에서 외치다
-2016년 남산예술센터 무대 오르는 연극 10편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검열, 국가폭력, 자유의 억압과 통제, 죽음…. 동시대 연극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는 여전히 모순과 부조리 투성이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 남산예술센터가 19일 공개한 2016년 연극 라인업은 무겁고 세다. 세월호 참사나 예술계 검열 같은 민감한 이슈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지난해 검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박근형 연출의 작품도 예정돼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시즌 프로그램 7편과 주제기획전 3편 등 총 10편을 무대에 올린다. 
남산예술센터는 민간극단들과의 공동 제작을 통해 한국 연극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극작가, 연출가들이 19일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최고 화제작은 시즌 첫 무대를 여는 박근형 작ㆍ연출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3월 10~27일)’. 박근형 연출은 지난해 연극계 ‘검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다. 2013년 연극 ‘개구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바로 그 ‘문제작’이 올해 남산 무대에 오른다. 19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연출은 “이 작품을 연습했던 배우들에게 미안했었는데 다행히 남산에서 기회를 줘서 빚진 마음을 갚는 느낌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극은 2010년 한국 서해 백령도, 2013년 경남 양산, 1945년 일본 오키나와, 2004년 이라크 팔루자 등 상이한 시공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한데 불러 모은다. 국가, 전쟁 같은 거대 담론 아래 묻혀 있던 사람들의 삶과 소박한 외침에 귀 기울인다. 
2016년 남산예술센터 공연 프로그램.

박 연출은 “일제말 가미가제 특공대가 돼 자폭한 조선인들, 이라크 미군기지에 납품하던 식품업체 주인의 죽음, 한국의 탈영병 등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행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오늘과 내일에 대해 질문하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페스티벌 도쿄’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오는 10월 일본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올해 남산예술센터의 주제기획전 타이틀은 ‘귀국전’이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과거 검열을 피하기 위해 쓰였던 ‘귀국전’이라는 단어를 빌어 슬프고 폭력적인 고국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의미”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정 연출의 ‘불행(4월 7~10일)’, 이경성 작ㆍ구성ㆍ연출의 ‘그녀를 말해요(4월 14~17일)’, 구자혜 작ㆍ연출의 ‘commercial, definitely-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4월 21~24일)’ 세 편이 약 3주에 걸쳐 공연된다.

특히 구자혜 연출의 ‘commercial…’은 지난해 혜화동1번지 가을페스티벌 ‘상업극’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상업극을 표방하면서도 마카다미아, 표절, 메르스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들을 폭로했다. 올해에는 검열 이슈를 부제로 내세웠다.

구 연출은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한 공연 요소를 총동원해 국가 폭력과 뻔뻔한 모순을 유머러스하게 폭로할 예정”이라며 “내용과 형식면에서 진정성도 당위성도 없는 이 연극을 통해 공연은 상업인가 예술인가를 질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작가 고연옥과 연출가 고선웅이 7년만에 함께 작업한 연극 ‘곰의 아내(7월 1~17일)’도 기대작 중 하나다. 웅녀 신화를 바탕으로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원제는 ‘처의 감각’으로, 고연옥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벽산희곡상을 수상했다.

2013년 에르메스미술상을 수상한 시각예술가 정은영이 연출가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정은영 작가는 2008년부터 ‘여성국극’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여성국극이란 1950년대 유행했던 한국의 공연예술 장르로, 오로지 여성들만 무대에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 역할도 여성이 맡는다. 정은영 작ㆍ연출의 ‘변칙 판타지(가제, 10월 5~9일)’는 여성국극이라는 변칙적인 연극 형식을 통해 비주류의 정치적 기능을 이야기한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모티브를 얻은 윤한솔 연출의 ‘나는야 연기왕(10월 26일~11월 6일)’, EBS 다큐멘터리 ‘환상적인 실험’에서 소개됐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김수정 작ㆍ연출의 ‘파란나라(11월 16~27일)’도 기대작이다.

지난해 차범석희곡상,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을 받았던 장우재 작ㆍ연출의 ‘햇빛샤워(5월 17일~6월 5일)’는 좀 더 ‘숙성된’ 대본과 무대 연출로 재연될 예정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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