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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안전불감증③] 스포츠ㆍ체험예능, ‘시청률’ 때문에 더 세게…부상, 안 막나 못 막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TV 예능의 ‘안전불감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리얼리티’를 강화한 ‘체험형’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대결 형식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한 이후 TV는 무법지대가 됐다. 몸살을 앓는 건 연예인들이다.

KBS 2TV ‘출발드림팀’, ‘우리동네 예체능’은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MBC ‘진짜 사나이’ 등은 군대에서의 일주일을 보내는 체험예능으로 안방을 찾는다. 이들 프로그램엔 잊을 만하면 출연자들의 부상 소식이 들려온다. 


가벼운 찰과상부터 골절은 물론 수영을 소재할 때는 알게 모르게 폐렴 주의보도 내려진다. 아찔한 부상으로 방송활동을 본의 아니게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만만치 않다. 최근 또 한 번 발생한 ‘아육대’ 녹화현장에서 발생한 엑소 멤버 시우민의 부상 소식은 TV예능의 안전불감증 논란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오게 했다.

스포츠 예능의 출연자 수난사는 전력이 화려하다. 지난해 KBS 2TV ‘출발 드림팀 시즌2’의 한중 공동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난데없이 프로그램 폐지 청원글이 온라이 커뮤니티 게시판을 뒤덮었다.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팬들이 올린 글이었다.

샤이니의 민호는 한 때 이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었다. 2010년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오른쪽 다리근육이 파열돼 깁스를 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부상자 속출이 적지 않았다. ‘뜀틀왕’으로 군림했던 가수 조성모도 빌목 부상으로 고생했고, 슈퍼주니어의 예성·동해, 레인보우 고우리,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몸고생을 했다.

2013년엔 출연자 부상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일도 있었다. MBC에서 야심차게 선보였던 네덜란드의 괴물 포맷 ‘스플래시’다. 이 프로그램은 다이빙을 소재로 연예인들이 대결을 벌이는 형식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화려한 스포츠쇼다.

출연자로 이름을 올린 많은 연예인들은 물과 높이에 대한 공포와 싸우며 다이빙 훈련에 임했다. 이들의 훈련과정은 참혹했다.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 수면과의 마찰을 이기지 못해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출연자가 나왔다. 개그맨 이봉원은 다이빙 연습 중 수면에 얼굴이 부딪혀 얼굴에 골절을 입었다. 출연자 하차에 이어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졌다.

떠들썩한 사고는 아니라도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현장도 작은 부상들이 이어진다.

‘도전’과 ‘경쟁’ 키워드가 만나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출연자들은 하나 같이 열의가 넘친다. 몸을 사리지 않고 그들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몰입도 역시 높인다. 스포츠 예능을 연출하는 한 PD “녹화를 하다 보면 이게 정말 예능인지 스포츠인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한다. 정말 선수처럼 훈련에 임하고 최선을 다한다”며 “스포츠 선수들도 항상 부상에 노출돼있는데 비전문가가 선수처럼 생활하면 더 쉽게 다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제작진 역시 축적된 과거의 경험을 통해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비한다.

‘아육대’의 경우 부상이 빈번한 프로그램이기에 현장관리 및 사후처리에도 확실하다. MBC 관계자는 “현장엔 의료진과 응급차가 대기”하고, “병원 진료가 필요할 경우 추가 발생 비용은 방송사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발 드림팀’ 등의 프로그램은 부상자에 대한 보험 가입도 해놨을 정도다.

이 정도면 방송사 역시 최선을 다해 안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간과됐다. 제작진 스스로가 점점 더 고난도의 스포츠와 체험, 도전과 경쟁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스포츠나 체험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정착한지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시청자도 익숙해진 프로그램이기에 더 극대화한 리얼리티와 도전이 나오지 않으면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점점 더 강도높은 도전과 격렬한 운동을 보여줘야 시청자도 흥미를 느낀다”는 데에 인정했다.

때문에 “사후 대비 역시 소홀해선 안되지만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측불가의 상황에서 올 수 있는 안전문제를 위해 제작진 스스로가 브레이크를 걸며 강약조절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몸이 생명”인 연예인들을 ‘부상 위험’이 도사리는 이 같은 프로그램에 내보내는 소속사의 아쉬움 역시 이 부분에서 나온다.

스포츠 예능에 출연 중인 연예인이 소속된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이미 여러차례 부상자들이 나왔고,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반복했으면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거나 보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상확률이 조금이라도 덜한 스포츠 종목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텐데 강도 높은 훈련을 요구하고 부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종목들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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