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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안전불감증②] ‘음방’ PD가 만드는 ‘아육대’…“출연 거부도 안 되고…” 속앓이
[헤럴드경제=고승희ㆍ이세진 기자] “출연을 안 할 수도 없고, 열심히 안 할 수도 없고…”

지난 2010년 추석 특집을 시작으로 올해 12회째 맞은 MBC ‘아이돌 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는 자타공인 명절스테디셀러 예능 프로그램이다. 무수히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는 명절에도 ‘아육대’는 해마다 정상을 지킨다. 지난 추석 당시엔 1, 2부가 각각 9.2%, 9.9%(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를 기록, 방송3사 명절용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써냈다.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시청률을 담보하니, ‘아육대’는 방송사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포맷이 됐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해마다 프로그램 폐지론이 나오는 데도 300명에 달하는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아육대’를 향해 달려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상급이 아닌 아이돌이 얼굴을 알릴 ‘기회의 장’이라는 점이 첫 번째다. 2010년 ‘아육대’ 출범 이후 프로그램은 수많은 아이돌 멤버들이 활약을 보이기 위해 ‘사활을 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 해 걸그룹 씨스타의 보라가 ‘아육대’에서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자, 무명에 가까웠던 씨스타는 ‘체육돌’로 얼굴을 알렸다. 건강한 이미지의 걸그룹으로 인기를 얻은 것도 이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가요 기획사와 팬들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소속 멤버가 부상이라도 당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그렇다고 ‘출연을 안 할 수는 없어’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8일 녹화에 참여한 한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는 “몸 조심 하라는 이야기를 항상 한다”라며 “다치기가 쉬워서 녹화하는 동안 계속 이상이 없는지 지켜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계속되다 보니 화제성도 많이 줄어서 예전처럼 ‘아육대 스타’가 탄생하기 어려운 것 같다”라며 “혹시라도 활동 중에 부상을 당하면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천 명의 팬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녹화를 진행하는 것 역시 아이돌 멤버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멤버들이 마음 놓고 녹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팬들을 향해 팬서비스도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라고 귀띔했다. 시우민은 심지어 지난 녹화에서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현장을 찾아 팬들을 안심시켰다.

부상 위험, 팬 관리보다 ‘불편한 진실’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나온다. 가수들의 출연권을 쥐고 있는 음악방송 PD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 이로 인해 방송사와 가요기획사 간의 권력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아육대’는 MBC의 음악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의 김명진 PD가 연출을 맡았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가수로서의 본업활동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지상파3사와 음악채널의 대표 음악방송”이라며 “심혈을 기울인 앨범을 알리고, 더 많은 활동을 위해 반드시 출연해야할 프로그램 PD의 연출작이니 출연을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육대’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돌아올지 모를 불이익(라인업 포함 여부)에 대한 우려가 가요기획사 관계자들 사이에 퍼져있다. 실제로 음악방송은 지상파3사 PD들이 연예기획사에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처럼 남아있다. 또한 향후 연출할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력 확보를 위해 방송사에선 여러 PD들에게 돌아가며 음악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기고 있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그룹이 데뷔하거나 컴백한 후 짧은 시간 안에 음악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춰 순위를 올려야 인지도가 생기고 활동 동력이 생긴다”라며 “이같은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부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참가하게 된다”라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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