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신용사회 훼방꾼, 소비자는 패널티를 줄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현대 사회는 신용사회다. 집도, 자동차도, 생필품도 후불로 산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서로의 신용(信用)을 믿고 거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 속은 ‘내 생각이나 믿음’과 100% 일치하지 않는 것 또한 세상 이치다. 믿고 물건을 팔고, 샀지만, 어느 한 쪽의 ‘배신’은 ‘선량한’ 나의 경제적 피해로 돌아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선량한 믿음을 이용해 돈만 챙기는 사기범죄도 빈번하다.

그래서 신용사회에서는 개인이나 기업 신용 정보 산업이 덩달아 발전한다. 이런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과거 거래내역이나 현 소득 등을 바탕으로 신용을 평가, 적절한 범위 내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사나 판매상의 신용을 확인하고, 여기에 보증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한 뒤 카드를 긁거나 돈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도 생겨나곤 한다. 개인적 사정으로 후불 결제한 대금을 결제 못해 신용이 깎인 사람, 또 한두번의 사업 실패로 새로운 사업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런 소수의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정부는 ‘회생’이란 이름으로 개입한다. 부채 상환 부담을 일부 덜어주고, 때로는 추가 자금을 지원해 다시 정상적인 경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시장은 믿고 사고 팔고, 일부 실패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력이 나서 조정하는게 현대 신용사회의 작동원리다.

최근 통신업계는 이 ‘신용’때문에 시끄럽다. 국내 한 통신사가 1년 100만원이 넘는 통신대금을 연체한 소비자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고 있는 제도를 놓고 정치권이 딴죽을 걸고 나섰다. 결국 이 통신사는 신불자 등록을 포기했다. 카드사 다음으로 신용거래가 활발한 통신업을 통해 개인 신용을 평가, 측정하는 시스템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발빠른 개입에 ‘작동 불능’에 빠진 것이다.

피해자 구제를 넘어, 시스템 자체에 개입한 정치 권력은 결국 신용 시스템의 ‘오류’를 만든다. 가랑비에 옷 젖듯 쌓인 연체금액과 대포폰 사기에 통신사는 포인트, 요금할인 등 다른 신용 소비자를 위한 혜택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작동하지 않는 신용 시스템의 피해는 어찌됐건 다른 선량한 신용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는게 ‘신용경제’의 이치다.

고액 장기 체납자에 대한 신용 정보 등록을 가로막은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한 건’ 했다고 자화자찬할 수 있다. 유권자에게 자랑할 수 있는 업적 하나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오지랖이 만든 부작용과 피해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더 많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은 애써 외면한다.

정치권은 이 시차를 노려 표를 얻고자 한다. 다행히 시중의 여론은 이런 정치권의 개입에 100% 우호적이지는 않다. ‘눈 앞의 이득‘보다는 신용사회의 기본 시스템을 중시 여기는 유권자도 재법 많다는 이야기다. 이제 관건은 정치권력이 그나마 겁내는 ‘표’로 이 훼방꾼에게 패널티를 줄 수 있는가가 남았을 뿐이다.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