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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임금 37% 인상” 무슨 근거길래…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동조합이 ‘임금인상률 37%’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임금 인상은커녕 삭감ㆍ동결되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요즘 두자릿수 임금인상률이 입길에 오르내리면서 업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도 쏠린다.

‘37%’의 발단은 한진그룹의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부터 시작됐다.

한 언론사가 조양호 회장의 전년대비 급여인상률을 37%로 잘못 계산해 이를 그대로 보도했고, 조종사노조는 이를 근거로 자신들의 임금 역시 이를 반영해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는 이후 계산 오류를 인정하고 6.7%로 기사를 정정했지만, 조종사노조의 주장은 계속 이어졌다.

이에 사측은 지난 12일 조종사노조에 공문을 보내 “임금 37% 인상요구의 근거로 댄 회장 급여인상률이 사실과 다르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돼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인상요구 근거 주장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조종사노조는 14일 사측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임금인상률 37%의 근거는 최고경영자의 보수인상률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고 보다 근본적으로 십수년간의 대한항공 조종사 임금인상률, 해외항공사와 임금수준 비교, 회사의 수용가능성 등을 근거로 했

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보도된 조 회장의 보수인상률과 비교해 37% 인상률을 제시하면서 사실관계 혼선이 초래된 측면이 있었던 것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확한 수치를 제공해 주면 회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 부분을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조 회장의 임금 상승분의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자신들의 임금인상률을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현재 조종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 가량으로, 대한민국 근로소득자 상위 1%에 해당하는 고소득 전문직이다. 만일 37% 임금인상이 이뤄진다면 조종사들은 1인당 5100만원씩 임금이 오르게 된다.

지난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사측이 내놓은 총액 대비 1.9% 인상안(기본급ㆍ비행수당)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자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이달 12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조종사 노조의 ‘37% 인상’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노조가 인상률 책정 근거로 든 ‘해외항공사와 임금수준’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한국인 조종사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항공사들은 경력 15년 기준 기장의 연봉이 3억원에 달한다. 국내 항공사의 2배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허나 살인적인 운항스케줄이나 복리후생 수준, 장기근속 가능 여부에 따른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국내 항공사의 연봉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상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조종사들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는 곱게 보이지 않는다”며 “만일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20~30%가량의 항공편 결항이 불가피해 이에 따른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초 일반직 노조의 임금 협상이 1.9%로 타결된 것을 감안할 때, 조종사 노조의 과도한 인상요구는 일반직 노조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 자칫 노-노갈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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