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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 '메뚜기'도 지겹다...초중고 한데 모인 단지 뜬다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직장을 둔 전씨(48)는 20일 중구 만리동 LIG 서울역리가에서 양천구 목동 7단지아파트로 이사한다. 현재 자가로 사는 매매 시세 6억5000만원선인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월세를 내주고, 새로 살 집은 59㎡에 전세 보증금 3억5000만원짜리로 구했다. 이유는 한가지다. 초등학교 5학년인 외동아들을 목동 서정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전씨는 “7세부터 싱가폴에서 공부한 아이가 잘 적응할만한 학교를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서 찾았다”며 “목동 7단지 내에서도 715동까지는 목운초-목운중, 716~734동은 서정초-목운중으로 진학하는데 목운초 보다 서정초가 분위기가 여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목동에서 목운중학교는 방과 후 활동으로 승마 교육을 하는 것으로 것으로 유명하다. 전씨는 “주위 회사 동료들을 보면 특목고 진학률, 교사 시스템, 면학분위기 등을 꼼꼼이 따져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서울 3대 학군 지역 아파트 매매가 1년 상승률. 부동산114


특목고, 혁신학교, 외국인학교 등으로 학군 수요가 분산돼 부동산 시장에서 학군 메리트는 예전만 못하다. 아파트 입지로는 학군 보다 직장과의 거리 등 교통과 편의시설이 더 중요시된다. 하지만 자녀를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은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초ㆍ중학교가 가까운 입지의 아파트가 가격 상승률이 더 높고,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더 잘 팔린다.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학원가로 유명한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 1년간 해당 구 평균 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 대치동은 3.3㎡당 3052만원에서 3379만원으로 10.7% 뛰어, 강남구 평균 상승률 8%를 앞질렀다. 목동은 2052만원에서 2161만원으로 5.3% 올랐고, 양천구 평균 5%를 약간 웃돌았다. 반면 서울 3대 학군지역인 노원구 중계동은 1213만원에서 1264만원으로 4.2% 상승에 그쳐 노원구 평균 5.7%를 밑돌았다. 중계동과 함께 학원가가 발달한 노원구 상계동은 6.43%로 구 평균 이상이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시세는 인근 초ㆍ중ㆍ고교 입지나 학원가 등 학군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은 목동에서도 학군이 좋은 선호도가 높은 7단지 모습. [사진 =헤럴드경제DB]


양천구 목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용 59~84㎡는 방학기간에는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고, 물건이 있더라도 대기자가 원체 많아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며 “매매나 전세도 없으니 월세를 찾는 수요자가 늘어 목동 신시가지5단지 65㎡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월 임대료가 20%나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개별 단지 안에서도 학교와의 위치에 따라 집 값이 차이난다. KB국민은행 시세를 보면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건영3차(1995년6월 이하 입주시기)는 반경 500m 안에 초중고교가 5곳이 있는데, 84㎡ 매매가가 5억5000만원으로 1년전 보다 2500만원 올랐다. 반면 초교 1곳만 있는 현대 6차(1988년1월)는 같은 면적이 3억80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경기 판교의 ‘보평학군’도 잘 알려져 있다. 보평초중고가 바로 옆인 삼평동 휴먼시아 8단지(2009년 11월)는 85㎡ 매매가는 8억~9원에 형성돼 있다. 학교와 좀 더 떨어진 백현동 휴먼시아5단지(2009년 10월)의 같은 면적 아파트 매매가는 7억9000만~8억9000만원으로 8단지 보다 시세가 1억 가량 낮다.

시장이 이렇다보니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초중고가 몰려있는 ‘원스톱’ 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8월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대치 SK뷰’는 30가구 모집에 청약 경쟁률이 평균 50대 1이 넘었다. 대치초, 대곡초, 대청중, 숙명여중, 단대부중고 등 학교와 가까운 게 청약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9월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경신고, 경북고, 정화여고, 대륜고, 대구과학고, 대구여고 등 우수 학교와 가까운 이점으로 청약 경쟁률이 622.1대 1을 기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작년, 재작년에 전체적으로 전세가격이 많이 올라 전세 시장에 겨울 방학철 등 계절적 이주 요인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학기 시작전인 12월, 1, 2월에는 학군에 따른 이동이 활발해진다”며 “명문학군, 면학분위기, 진학률은 물론 등하교가 편리한 지역이 각광받는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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