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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하는 철학자 김광석…그가 남긴 행복의 비밀
김광식 서울대 교수 ‘행복특강’ 내용
김광석 노래 담긴 철학적 화두통해
철학자 시선으로 ‘행복 방법’ 제시
‘서른살…’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이등병의 편지’는 칸트의 비판철학
‘바람이…’에선 플라톤 이데아와 만난다



김광석 20주기를 맞아 그의 노래를 듣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 음원서비스에 따르면 스트리밍이 평소의 8배나 늘었다. 화려하게 장식한 신나는 음악들이 넘쳐나는데 왜 김광석일까. 김광석의 친구 박학기는 “양념이나 포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 식빵 같은 거란 얘기다.


문화철학자 김광식 서울대 교수의 해석은 좀 다르다. 불행한 이들, 슬픈 이들이 많아서다. 김광석의 노래는 슬프다. 슬픈 이들이 들으면 더 슬프다. 슬픔을 슬픔으로 치유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비밀, 행복의 비밀을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알려준다.

‘김광석과 철학하기’(김영사)는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가다 슬쩍 철학적 사유로 건너간다.

“늘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는 노래 ‘서른 즈음에’에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선 플라톤의 이상론을 펼쳐간다. ‘사랑했지만’을 통해서는 떠날 수 밖에 없는 슬픔 속에서 흄의 ‘의심’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이등병의 편지’는 칸트의 비판철학과 만난다. 책은 노래 속에서 철학적 화두를 끄집어내 12명의 철학자의 시선으로 불행의 실체를 해부하고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

강의는 김광석의 노래 ‘거리에서’로 시작된다. 


“거리에 가로등불이/하나 둘씩 켜지고/검붉은 노을너머/또 하루가 저물면/왠지 모든것이/꿈결같아요”

이 노래에서 저자가 행복의 비밀이 있다고 말하는 지점은 바로 꿈결이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아스라한 지점이다. 꿈결 속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하지 못하고 덧없이 사라진다. 변해선 안되는 절대적인 ‘그 무엇’이란 없다. 그리움, 사랑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를 ‘꿈결의 철학’이라 부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의 철학과 매칭시킨다. 중용이란 극단을 피하는 것, 지나침과 모자람을 멀리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쾌락이나 부, 명예, 사랑 따위는 영원한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닌 덧없는 것들로 봤다. 따라서 우리가 그것을 얻으려 집착하면 할 수록 불행해진다. 얻으려 하거나 잃지 않으려 집착하는 ‘그 무엇’은 삶의 궁극 목적이 아니다. 유일한 궁극 목적은 행복하게 살기다. 다른 모든 것은 ‘행복하게’살기 위해 얻고자 하는 덧없는 수단에 불과하다. 

저자의 행복론은 이렇게 맺는다.

“행복은 실체가 아니라 중용을 지키며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의 경계를 꿈결처럼 넘나들며 사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많은 이들의 또 다른 애창곡,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어떤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힘겨운 날들도 있지만/새로운 꿈들을 위해/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이 노래에서 행복의 열쇠말은 바람이다. 바람은 변화, 이상향을 뜻한다. 떠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떠남으로써만이 꿈의 실현은 가능하다. ‘철인국가’ ‘이상국가’를 꿈꾼 플라톤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세번이나 자신의 이상을 좆아 떠났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현실에서 찾아지는게 아니다. 현실의 실체가 아니라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플라톤의 ‘이상의 철학’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불행이 이상과 현실의 숙명적인 불일치를 깨닫지 못해 오는 것이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여기에 역설이 있다. 행복하려면 불가능한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달할 수 없다는 절망을 벗어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 다다르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은 이상이 아니다. 이상도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이상이 없으면 현실도 더 이상 현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서울대에서 진행한 ‘행복특강’의 내용이 바탕을 이룬 이 책에는 저자가 학생들을 직접 상담한 내용도 함께 실려있다. 삶의 의미 상실, 성정체성, 진로, 짝사랑 등 개인이 처한 저마다의 불행을 어떻게 이겨내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현실적인 조언을 담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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