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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수르’는 잊어라…유가 급락에 중동자금 씨말랐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기름 값이 떨어지면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한국)’의 경제는 좋아질까 나빠질까. 답은 ‘글쎄’다. 석유 부자 나라의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줄줄이 빠져나가고,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배를 잘만들던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의 업황이 극히 부진해진 것도 기름값이 떨어져서다. ‘기름 부자’의 대명사 만수르도 기름값 하락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오일머니 유출 ‘비상’= 일단 유가 하락은 한국 증시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오일머니’가 줄줄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7730억원을 팔아 치워 현금화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3083억원, 10월에는 1조8965억원을 팔아 지난해 말 3개월 동안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한국 주식시장에서 빼 간 것이다. 지난 한해로 치면 사우디는 4조724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단일 국가 순매도 순위로는 2위였다. 1위는 영국(5조2180억원)이었다. 주요 산유국 중 한 곳인 노르웨이도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 1조416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름 부국 사우디와 노르웨이의 한국 주식 보유비중도 지난해 급감했다. 2014년 말 기준 16조원이던 사우디의 한국 주식 보유비중은 지난해 말 11조원으로 31.0% 급감했고, 노르웨이도 11조5820억원에서 10조3720억원으로 10.5% 줄어들었다. 석유부국 아랍에미리트도 국내 증시 보유비중이 2014년 말 8조9620억원에서 지난해말에는 8조2540억원으로 7.9% 감소했다. 사우디,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2014년 7월(41조3410억원) 대비 25%나 급감한 29조712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름 부국(富國)’의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유가 하락 탓이 크다. 불과 3년전만해도 배럴당 110달러 가량을 유지했던 두바이유는 2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두바이유는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를 차지한다. 유가가 하락하자 기름 팔아 돈을 벌던 국가들의 재정상태가 열악해졌고, 그러자 현금이 필요해진 석유 부자 나라들에서 한국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내 현금화하는 것이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외국인이 팔아치운 한국 주식은 3조4590억원 수준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 시장에서 매도우위를 보인 것은 2011년 이후 4년만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대략 30%였던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보유비중도 낮아지는 추세다. 12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 비중은 28.6%를 기록, 11월(28.9%)과 10월(29.3%)에 이어 석달 연속으로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기름값 ‘더 빠진다’= 문제는 앞으로도 유가가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 두가지 측면이 모두 유가 하락 가능성을 키운다. 우선 공급 측면에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공급을 줄일 생각이 없다. 아랍에미리트는 ‘OPEC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치 못한다’며 총회 개최를 반대하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외교 관계가 극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사우디와 이란도 원유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공급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셰일 오일 개발로 단번에 산유국 반열에 오른 미국도 최근 6년 동안 원유 생산량을 두배가량 늘렸다. 원유 공급 시장에서 ‘치킨 게임’이 진행중인 것이다.

수요 측면도 나쁘다. 세계 최대의 기름 소비국 중 한 곳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요 자체가 줄어들게 됐고, 중국 당국이 최근 위안화를 급격히 평가절하한 것도 수요가 적어지게 되는 원인이 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원유 가격이 비싸지는 구조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유가가 일시적으로 2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고, 스탠다드차타드(SC) 10달러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공급 충격으로 하락할 때는 소위 3저(저금리·저달러·저유가) 호황기과 유사한 경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반면 수요 충격으로 하락할 때는 글로벌 수입 수요 감소와 동반하기 때문에 국내 경기 흐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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