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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단원高 졸업식]“꽃조차 미안”…단원高의‘엄숙한 졸업식’
세월호 생존자 3학년 86명 졸업
축하해주는 후배들도 숙연
외부인 출입통제 비공개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
잘 걸어와줘서 고맙다”
“별이 된 친구 250명 잊지않을게”



12일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정문 앞. 생존한 86명의 3학년생들을 위한 졸업식이 열릴 때까지 2시간 30분께 남은 시간이었지만,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학교로 향하는 1ㆍ2학년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의 졸업식이 12일 오전 진행됐다. 졸업대상자는 86명이다. 당초 예정됐던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은 4ㆍ16가족협의회 등 유가족의 반대로 취소됐다. 단원고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등교하고 있다. 졸업 축하 화환도 보인다. 안산=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며 걸어오던 3명의 단원고 2학년생들은 낯선 기자가 건넨 인사만으로도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어 질문도 하기전 “졸업식 가요”라는 말만 남기도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직접 사고를 겪진 않았지만, 1ㆍ2학년 후배들에게도 2년전 그날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은 모습이었다.

이날 단원고 정문 앞에는 여느 졸업식이면 북적댈 꽃장사들의 모습도 많이 줄었다.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한 조그마한 화환 하나가 교문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졸업식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씩 들어오는 가족과 3학년 학생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교문을 통과했다. 외부인의 출입은 교직원에 의해 엄격히 통제됐다.

지난 12년에 걸친 학창시절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학생들을 축하하는 자리라고는 하기 힘들 정도로 졸업식이 열리는 단원고 정문 앞의 모습은 침체돼 있었다.

졸업식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생존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 2학년 학생들만 참가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은 결국 취소됐다. 생존자 가족들 역시 희생자 가족들이 제안한 축사마저 정중히 거절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측 대표인 유경근 4ㆍ16가족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준비한 축사가 꼭 생존 학생들에게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지난 11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4ㆍ16가족협의회 희생 학생/교사의 엄마ㆍ아빠들’ 명의로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글에서 희생자 부모들은 “내 아이의 졸업식에 졸업생 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았았는데, 그러는 게 당연했는데, 내 아이의 친구들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늘 졸업하는 83명(세월호 생존자 학생) 여러분들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줘서 고맙다”며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지켜줄 테니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떳떳하게, 자신 있게 대해도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4ㆍ16가족협의회와 리멤버0416 등 희생자 측 부모들과 시민단체는 낮 12시부터 안산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합동분향소에서 추모식을 진행한다. 행사 후 이들은 단원고까지 행진을 한 뒤 국화꽃을 들고 교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희생자측은 학교측이 준비한 명예 졸업식을 거부하며 지난 10일 오후 4시16분 단원고 2학년(명예 3학년)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10개 교실(기억교실)에서 희생 학생 및 교사 262명을 대신해 겨울방학식을 치른 바 있다.

안산=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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