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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임대아파트 시설비를 왜 임차인이 내나?”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SH공사 국민임대주택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 8단지 주민들이 공사가 추진한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통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동시설의 설치비용은 소유자가 부과하는데, 이 곳에선 임차인인 주민들이 관리비로 내게 돼 있어서다.

ESCO사업은 지하주장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등 고효율 에너지 절약 설비를 설치하고, 이후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다.

상암월드컵파크아파트 8단지 주민들이 SH공사가 이 단지에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LED조명 교체를 핵심으로 하는 ‘ESCO’ 사업이 임차인 동의 없이 시설비를 관리비에 부담하게 했다며 탄원서를 청와대와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진은 주민 서명을 독려하기 위해 작성된 연판장.

SH공사는 정부 에너지 절약 시책을 따르고, 입주민의 전기료 절감 혜택을 위해 이 사업을 임대주택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파크 8단지 주민들은 임차인의 동의없이 시설비를 관리비에 추가 부담하게 했다며 관리비 중 시설비로 낸 부분을 돌려달라고 SH공사에 탄원서를 넣기로 했다.

지난 12일 입주민 모임인 월드컵파크 8단지 아파트 대표회의에 따르면 SH공사 위탁자인 월드컵파크 8단지 관리소장과 ESCO사업자인 ㈜지비스타는 2014년 1월에 지하주차장 LED 전등 시설 등을 설치하고, 전기 절감액의 20%는 임차인이, 80%는 ESCO사업자가 60개월간 60회를 배분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관리사무소는 2014년 5월부터 전기절감액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관리비에 부과했다. 1회차인 2014년 5월에 164만원 ▷6월 585만원 ▷7월 326만원 ▷8월 216만원 등 그 해 5~12월까지 7개월 동안 이런 명목으로 전체 840가구에 총 1964만원을 걷었다.

당시 관리사무소 측은 LED 설치 안내 공고를 냈을 뿐 해당 공사비용을 사용자의 관리비에서 충당한다는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이 사실을 몰랐던 입주민들이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시작한 지난해 1월부터 ESCO 설비 사용은 중단된 상태다.

임차인 대표회의는 “이 계약의 문제점은 임대인인 SH공사에서 특별수선충당금이라는 예산으로 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임차인의 사전 동의도 없이 입주민의 관리비에서 충당하도록 한다는 점”이라며 “임대인인 SH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시설 설치비용을, 그동안 입주민이 실제 사용하지도 않은 약 2000여만원의 전기료에 해당하는 관리비를 추가로 납부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임차인 대표회의는 “이미 낸 관리비를 돌려받기 위해 SH공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입주민의 서명을 받아 금명간 SH공사와 서울시 등에 탄원서를 넣기로 했다.

안경숙 대표회의 회장은 “60개월간 60회를 계속 냈다고 가정할 경우 ESCO사업자가 챙기는 금액은 1억원이 넘는다”며 “사업자와 관리사무소가 주장하는 전기절감액 산정도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대한 일부 주민의 오해로 빚어진 결과”라며 “전기절감액의 20%는 주민 혜택으로 돌아갔고, 80%는 사업자에게 줘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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