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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성형시대] “알바도 스펙이 좌우” 방학 때 더 바쁜 대학생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대학 4학년에 올라가는 김재준(26ㆍ가명)씨의 겨울 방학은 오히려 학기중보다 바쁜 시기다. 스펙을 쌓기 위해서다.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탈(脫)스펙 시대’를 외치지만 취업 성공 수기를 보면 대부분 쟁쟁한 스펙의 사람들이다. ‘토익 950, 스피킹 최고레벨, 미국 교환학생, 관련 업계 인턴 3개월’ 등의 고(高)스펙을 나열하고도 “특별한 스펙은 없다”라고 말하는 합격 수기를 보고 김씨의 머리는 지끈거린다.

올 겨울방학 김씨의 하루는 ‘오전 8시’ 학교 도서관에서 모이는 ‘기상스터디’로 시작한다.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모집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은 아침마다 모여서 각자의 ‘기상’을 체크한다. 지각하면 벌금까지 내게 돼 있어 게을리할 수가 없다.

[사진=게티이미지]

오전에는 토익, 스피킹시험 등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어학 점수 대비와 한국사ㆍ한자 능력 시험 준비 위주다. ‘운전면허’보다 더 흔한 기본 스펙이 돼버린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학내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듣고 있다.

오후에는 기업 인턴이나 각종 봉사활동 지원에 몰두한다. 요즘 인턴은 정규직 취업 못지 않게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경영학 전공인 김씨는 공모전 수상에 도전하기 위해 뒤늦게 몇몇 후배들을 모아 준비에 나섰다.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에 학기 중 ‘학점의 노예’로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방학때는 ‘스펙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국내 4년제 대학생 1013명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3%는 ‘학원에 다닐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종 자격증 및 스펙을 쌓기 위해서다.

수강 예정 과목은 ‘영어’(토익ㆍ스피킹시험 등)가 50.5%로 가장 많았고, ‘자격증 취득’(18.0%)과 ‘제2외국어’(12.2%) 순이었다.

학년별 조사에서도 1~4학년 모두 취업과 스펙 관련 활동이 다수를 차지했다. 저학년에게도 여행이나 다양한 경험은 사치다. ‘겨울방학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1학년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 준비’(51.6%)와 ‘아르바이트’(48.4%)를, 2학년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등 ‘취업준비를 하겠다’(62.7%)고 답했다.

고학년인 3~4학년 시기에 진로탐색과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취업난 심화 속에 저학년부터 치열한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또 대기업의 경우 인턴 뿐 아니라 겨울방학 봉사활동 프로그램조차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자랑한다. 최근 겨울방학 봉사활동 참가자를 선발한 한 대기업의 프로그램 담당자는 경쟁률이 30대 1을 넘었다고 귀띔했다.

기업 취직에 있어 커리어로 활용하기 힘든 ‘동네 아르바이트’ 자리 조차 방학이 되면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진다. 온라인 알바포털 귀족알바가 대학생 4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8%가 ‘아르바이트 채용에도 스팩이 작용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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