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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고전에 길이 있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고전을 일러 흔히 ‘내일로 가는 옛 길’이란 표현을 쓴다. 나와 타인, 인간과 사물ㆍ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이해에 닿아있는 고전은 시공을 넘어서 밝은 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고전은 또한 읽는 이의 처지와 마음밭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해석의 여지를 줌으로써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인간의 지혜가 축적된 이런 고전은 오래 전 성현들도 찾아 읽고 수양과 현실타파의 시금석으로 삼았다. 동양의 고전을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한 책들이 최근 쏟아져 나왔다. 성숙한 인간과 사회로의 모색과 현실의 불안을 꿰뚫고 나갈 지혜를 찾아가는 노력이다.



장자=‘큰 앎은 한가롭지만 작은 앎은 따진다. 큰 말은 담담하지만 작은 말은 수다스럽다’. ‘장자’ 내편 ‘제물론’에 나오는 말이다. 자연에는 옳고 그름의 구분이 없다는 얘기다. 도가의 중심 텍스트인 ‘장자’는 해석의 여지가 많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후세에 영감의 원천이 돼왔다. 우화와 상징, 풍자와 역설의 글쓰기는 장자시대 혼탁한 정세와 관련이 있다. 2400여년전의 텍스트이지만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읽히는 이유다. 동양철학자 조현숙씨가 옮긴 이번 완역본은 어려운 한자어를 평이한 우리말로 옮기고 장자 특유의 문학성을 살린 게 돋보인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생각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의 희곡식으로 구성했다. 저자는 특히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와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을 강조한다. ‘그만 놀자’는 장자의 소요유는 열린 마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 노는 건 즐겁고 즐거우면 마음이 열려 막현던게 뚫린다는 얘기다. ‘담없는 마을’, 무하유지향은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는 장자 사유의 핵심이다.(조현숙 옮김, 책세상)



순자, 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파별천리(破鱉千里)’.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는 이 말은 순자 수신편에 나온다. 자라가 그것도 몸이 성치 않아 반보 밖에 가지 못하는, 그런데 쉬지 않고 마냥 기어가는 자라가 천리를 간다는 얘기다. ‘토끼와 거북이’와도 상통하는 이 말을 한 순자는 인간의 행동과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간이란 단순히 생물학적인 존재가 아니라 노력과 실천까지 포괄하는 의미의 존재라는 것이다.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등 유가의 비주류 사상가들을 새롭게 조명해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동양철학자 임건순씨가 순자의 사상을 깊이있게 연구한 이 책은 보령이라는 가상의 한국인 대학생을 설정, 21세기 한국에 순자를 불러내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특히 맹자의 성선설과 대비된 성악설로 이미지가 잘못 굳어진 순자를 제대로 알리는데 공을 들였다. 책 속에서 순자의 해명에 따르면, 성악론자는 “현실의 혼란과 무질서를 직시하고 그것과 어떻게든 마주해서 싸우거나 해결하려는 이들”이다. 예(禮)에 대한 순자의 생각 역시 현실적이다. 즉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든 충족시키고 보장해줘야 하는데, 예라는 질서 틀 내에서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예 자체가 욕망에서 시작됐다는게 순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순자를 공자의 적통으로 제시하며 맹자의 사상과 하나하나 비교해 간다. 평범한 대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만큼 쉽고 술술 읽힌다.(임건순 지음, 시대의 창)



을들의 한비동행=20대의 대학생부터 50대의 연구원까지 사회적 현안과 대안에 관심이 많은 다섯명이 모여 진행한 한비자 공부의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그런데 그 많은 사상가 중에 왜 한비자일까. 저자들은 가장 실체적이고 현실적이면서 가장 진보적인 이념과 방책을 제시했던 법가사상이야 말로 현재 우리의 문제에 대해 시원하게 응답해줄 최고의 조언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을들’에게 한비자라면 어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까. “당장 고통스럽고 궁핍하더라도 쉬운 길보다는 옳은 길을 가라”는게 저자들이 해석한 한비자의 정수다. 그렇다면 험한 세상을 건너는 한비자의 법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이를 바로 ‘인간관계’로 해석한다. 전체 55편으로 구성된 한비자는 방대한 역사적 일화와 다채로운 철학적 사유들을 품고 있어 각자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여지가 많다. 설의 편에는 군주가 신하들을 다스리는 방법, 특히 주의해야 할 인간 부류, 필요한 사람들의 역할, 인재 등용 기준과 임용 방법, 간신의 종류, 군주로서 피해야 할 사항이 조목조목 들어 있다.(김우성 외 지음,책보세)



사기의 숲에서 사람을 배우다=’사기‘는 중국 역사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인물의 흥망성쇠를 담은 ‘인간학의 보고’로 불린다. 특히 한 인간의 선택과 결과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롤 모델로 찾는 이들이 많다. 저자는 격변의 시대적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낸 16명을 선별해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했다. 자신의 부족한 기량을 인정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략을 적극 수용해 여러 면에서 우위에 있던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손에 넣은 유방, 월왕이 부친을 죽인 것을 잊지 않고 3년동안 절치부심하며 무력을 강화시켜 마침내 설욕에 성공한 구천 등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잘 파악하고 움직여 비로소 승리를 거둔 처세와 세상살이의 본질을 보여주는 다양한인물들이 들어있다. 이 책은 또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달인들도 소개한다. 배수의 진을 친 한신, 비루함을 가장해 상대를 안심시키는 전략으로 화를 면한 왕전 등 약세를 기회로 만드는 법을 이들을 통해 배울 수 있다.(신동준 지음, 위즈덤하우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지금보다 나은 삶은 누구나 꿈꾸는 것이다. 공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공자는 ‘택선종지(擇善從之)’의 태도를 가졌다. 즉 자신이 모자란다고 생각할 때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따라하는 것이다. 이 네 글자는 공자의 그 유명한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 속에 반드시 우리가 보고 배울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사람들의 뛰어난 점을 골라서 따라 했고 반대로 모자라는 점을찾으면 나에게도 있는 그러한 점을 고칠 수 있다”는 말에서 나온다 .반면교사와 짝을 이루는 택선종지는 바로 요즘 식으로 창조적 모방이라 할 만하다. 논어를 40대에 맞춰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두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논어 입문서격으로 손색이 없다. 논어 원문 516장 중 30수를 엄선, 6개의 키워드 즉 주체, 배움, 도전, 말, 관계, 지혜로 구분하고 40대가 인생을 살면서 지녀야 할 가치를 네 글자로 압축해 소개했다. 논어 한자 원문과 뜻풀이와 함께 각 구절과 연관된 일상생활의 사례, 요즘 필요한 덕목과 연결시킨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해설 등 쉽고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신정근 지음, 21세기북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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