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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짜리 ‘파리목숨’, 휴대전화 유심(USIM)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내 돈 주고 산 유심(USIM, 범용가입자식별모듈)인데 내 마음대로 못 쓴다니… 돈 주고 쓰레기를 산 꼴이네요.”

통신 3사의 유심 재활용 불가 정책에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통신사의 항변이지만, 공기기가 마련돼도 생각지 못한 유심비까지 지출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큰 상황이다. 


유심은 무선통신 회선 가입자들의 식별 정보를 담고 있는 장치다. 정부는 지난 2008년, 통신사들이 유심 잠금장치 해제를 의무화하도록 상호접속 고시를 개정했다. 따라서 단말기에 유심 카드만 끼우면 이동통신사, 단말기종에 관계 없이 원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장롱폰’ 신세가 된 중고 단말기를 재활용 해 통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유심 재활용은 국내에서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LG유플러스는 ‘초기화’ 가능한 유심에 한해서만 재개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기화가 가능한 경우란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나 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한 경우엔 유심을 초기화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금융거래 이력이 있더라도 본인의 경우엔 유심 재활용이 가능하다. 

KT는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 후 6개월이 지나면, 과거 이력과 관계 없이 유심 재사용이 아예 불가능하다. 금융 기록 뿐 아니라 주소록 등의 개인정보 관련, 제3자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약관에 따르면 3사 동일하게 고객이 (이동통신 서비스를)해지할 경우 유심에 담긴 정보를 즉시 폐기해야 하나, 사후 요금 민원 등의 분쟁이 있을 수 있으니 6개월까지 보관하도록 한다”며 “고객이 유심을 분실했을 경우 누군가 도용할 위험도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고객정보 보호 차원에서 6개월이 지나면 파기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심 가격은 8800원 선이다. 소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손톱 크기의 플라스틱 칩인 유심의 단가를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볼 수도 없다. 표면적인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의사에 반하는 지출이라는 점이다. 한 네티즌은 “대리점을 여러 차례 찾아가고 상담사와 통화를 거듭해 결국 유심을 재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방법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귀찮아서 그냥 재구매를 할 것”이라며 “엄연히 돈 주고 구입한 유심인데 통신사의 정책으로 유심을 쓸 수 없다면 반납 시 환불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통신사 입장에서도 유심을 기록만 지우고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페기하는 까닭에, 전면 환불 조치엔 난색을 표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8000원 대인 유심 비용을 더 낮추거나, 유심 폐기 시 일부 금액을 환급해주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정보보호를 핑계로 유심 재활용을 막는 대신, 궁극적으로 제3자가 유심을 습득하더라도, 개인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선행되야 한다. 그래야 통신사들도 유심 폐기가 장삿속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을 털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심 도입 초창기만 해도 이통사들은 유심 카드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잠금장치 설정과 해제 만으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

한편, 정부 관계 부처는 통신사의 유심 폐기 정책과 관련해 권고나 제재 의사는 없는 상황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유심에 개인정보가 들어가다보니 통신사 입장에선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해외의 경우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더 강하다보니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 유통점에서 유심 수거를 해 개인정보가 돌아다닐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런 우려 때문에 KT가 타사에 비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단 기준으로 ‘소비자 편의와 혜택’이라는 가치가 있을 것이고, ‘정보 보호’라는 가치가 있을 것인데 둘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맞느냐를 고려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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