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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기업 성장 주역은 직원’임을 잘 보여준 임성기 회장
신년벽두에 신선한 샘물같은 뉴스가 전해졌다. 제약업계 대박의 주인공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4일 1100억원 상당의 개인보유 주식 90만주를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내놓았다. 2800명의 직원 1인당 4000만원 꼴이다. 평균 급여의 1000%에 달하는 깜짝 선물이다. 직원들에게 하늘에서 일년치 연봉이 뚝 떨어진 셈이다.

이는 단순한 성과급과 다르다. 많이 번 것을 나눠준 것이 아니다. 오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푼 것이다. 임 회장의 증여 배경이 참으로 신선하다. 그는 “땀 흘려가며 열심히 일해 큰 성취를 이룬 한미약품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며 “이번 결정이 임직원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오너와 직원은 회사라는 같은 배를 탔지만, 동반자로 해석하긴 어렵다. 특히 한국처럼 사용자와 노동자 간 날선 긴장관계가 이어지는 곳은 더하다. 임 회장의 결단은 그래서 더 놀랍다. 뭇 샐러리맨들이 부러워 하면서도 환호하는 이유다.

한국은 지금 위기다. 미국 중국발 악재에 경제는 불안하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서민들의 고통은 더하다. 취업난, 결혼난, 보육난, 교육난에 구조조정의 장애물까지 넘어야 한다. 부채는 늘어가고 쓸 돈이 없는 가계가 움츠리면서 소비는 점점 더 위축된다. 과연 탈출구가 있을까 싶다. 이런 마당에 들려온 임 회장의 미담(?)은 한파에 날아든 훈풍같다.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면, 기업을 함께 살찌운 직원들은 보상을 받는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경영과 영업을 통해 거둔 과실을 직원들과 나누는데 인색하다. 월가의 부도덕한 CEO처럼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연봉만 수백억씩 챙기고, 오너와 주주만을 위한 배당잔치는 흔하다. 하지만 정작 회사 배지를 달고 현장을 누빈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보상을 안겨주는 경우는 드물다. 오너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몸소 ‘동반자의식’을 실천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한미약품 직원들은 연봉에 버금가는 주식을 받음으로써 1차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에 ‘한미약품은 내 회사’라는 애사심과 자긍심까지 안겨줬다. 임 회장의 용단은 그래서 1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좋은 회사는 시가총액만으로 가려지는 건 아니다.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뛰는 직원들이 많아야 좋은 회사다. 한미약품 직원들이 2016년 어떤 각오로 일하게 될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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