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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누가 2200명의 눈물을 닦아주나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멀쩡한 정규직을 5년제 계약직으로 만들 수 있나요. 가사와 양육을 하는 우리 여성 직장인의 설 자리는 어디에 있나요”

지난해 11월 특허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 면세점 직원들의 ‘눈물의 호소’다.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지만 면세점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니 엄밀히 말해 면세점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전쟁이다. 



하루 아침에 문을 닫아야 하는 면세점 두 곳. 2200여명의 직장인이 일자리를 잃을까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신규 면세 사업자들은 고용승계를 하겠다고는 하지만 100%는 어렵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폐점을 알리는 시계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새 터전을 잡지 못한 이들은 절망의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들은 롯데나 SK에 소속된 직원들이 아니라 브랜드에서 파견된 직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다.

그들은 길게는 수십 년간 면세점 사업에 종사하면서 전문인력으로서 위상을 지켜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면 실업자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면세점 직원들은 일반 판매사원과 다르다.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직종이라고 외국어만 잘 하면 되는 직종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이미지이자 문화를 외국인에게 전달하는 관광산업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게 그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고용불안은 관광산업의 질적 후퇴와 연결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면세점 실직 대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부산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이 탈락한 뒤 4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직까지 일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면세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5년이라는 한시적 특허기간으로 인해 기업들은 5년 후 사업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미래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기 꺼리는 게 당연하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개정된 관세법에 대해 국회의 ‘졸속 입법’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네 탓 공방만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 관계부처는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려 올 7월까지 전반적인 제도 보완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재승인 기간 연장뿐 아니라 서울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내면세점을 추가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은 각성(?)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더 이상 주먹구구식 개정은 안 된다. 면세점 사업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수십년의 세월이다. 우리나라 면세점 사업을 세계 3위 수준으로 키운 것은 정부의 무관심과 시장의 힘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면세점 사업을 졸속 입법과 정책으로 도태시키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정환 소비자경제섹션 컨슈머팀장/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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