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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시간을 거꾸로 세는 카운트다운은 설렘이다. 직진하는 초침이 역주행하는 것처럼 목청을 높여도 우린 시간을 지배할 수 없지만, 이 셈은 새해맞이 잔치로서 지구촌 곳곳에서 치러진다. 다가올 새로움이 지내온 시간마냥 괴로움의 반복일지라도 찰나의 기쁨은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화려한 카운트다운 행사론 영국 런던의 새해 전야 불꽃놀이가 단연 으뜸이다. 이 도시의 상징인 런던아이(대관람차), 빅벤 위로 솟구쳐 터지는 폭죽이 1만2000개다. 색감이 아찔하다. 형광물감 묻힌 붓이 검은 도화지 위에서 춤추는 듯하다. 우리 돈으로 31억원 넘게 들었다. 러닝 타임은 11분 가량이다. 1초에 470만원 쓴 셈이다. 과하다 싶은데, 효과 만점이다. 매년 25만명 가량이 이 장관을 보려고 운집한다.

BBC가 유튜브에 내건 영상 조회수는 사흘만에 80만 클릭을 넘었다. ‘영국이 자랑스럽다’라는 식의 댓글이 쇄도한다. 호주 시드니는 새해맞이 불꽃놀이에 런던의 2.7배쯤인 82억원을 썼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서도 폭죽 잔치를 했지만, 런던의 명성엔 미치지 못한다. 아델 등 즐비한 브릿팝 거성의 음악과 불꽃을 생중계로 엮은 BBC의 감각이 런던을 최고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다. 협업이다.

국내에선 롯데월드타워에서도 ‘트위스트쇼’란 이름으로 초읽기를 했다. 123층 건물 중 13~100층까지 LED조명으로 꾸민 조명쇼다. 그러나 세계 5위의 고층 빌딩 행사는 무관심 속에 스쳐갔다. 건물 자체를 둘러싼 비판 여론에 움츠러든 인상도 없지 않다. 기왕 지었으면 관광객이 안 가고는 못 배길 곳이 돼야 한다. 문화부 장관이 새해 벽두에 인천공항에 나가 첫 입국 외국인에게 복주머니 준다고 몰려들 외국인은 없다. 여러 콘텐츠를 융합한 롯데월드타워의 올 해 끝 날을 기대해본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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