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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 붙은 종파전쟁] 사우디, 왜 이란과 정면승부 택했나
[헤럴드경제=김성훈ㆍ문재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시아파 간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아파 성직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것은, 궁지에 몰린 사우디 정부의 위기타개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름값 하락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이슬람세력의 주도권을 외부에 빼앗기면서 추락한 왕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유가급락으로 오일머니가 바닥을 드러내며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인 3670억 리얄(약 114조원)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국민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을 축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왕가 내부의 위기도 있다. 지난해 1월 즉위한 살만 사우디 국왕의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는데다 아들인 ‘실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2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이 주도한 예멘 내전은 수렁에 빠졌다. 서방 언론에선 살만 국왕 즉위 1년 동안 쿠데타설까지 종종 제기됐을 정도다.

대내적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중동 권역 내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특히 이란은 사우디의 지위를 여러 방향에서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의 전통적 우방인 미국, 유럽과 핵협상을 성사시키면서 경제재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서방과의 친밀한 관계가 더 이상 사우디만의 특권은 아닌 것이다.

사우디에게 이란은 가뜩이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예멘에서 사우디는 기존 수니파 정권을 지원하며 10개월째 시아파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또 시리아 내전 해결 해법에 있어서도 이란은 시아파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는 알아사드 정권 퇴진에 앞장서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런 대내외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승부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왕권에 도전하는 이를 처형함으로써 국내 정치를 단속하고, 이란에 온건하게 변하고 있는 국제사회에도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와 관련 “왕정 내부분열에다 알카에다 문제에다 저유가로 힘이 약해지는 등 사면초가로 몰린 사우디가 수니파 종주국 입지를 확인하며 판도를 바꾸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이란의 경제제재가 완전히 해제되면 이란의 오펙 내 원유 증산ㆍ감산 능력이 강해질 수 뿐이 없고 이는 사우디의 오일 콘트롤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우디로선 그 상황으로 가기 전에 빨리 정치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란과의 선을 분명히 그음으로써 IS가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던 수니파 내부에서도 주도권을 잡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슬람국가’(IS)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사우디 주도로 수니파 이슬람 국가 34개국이 결성한 반(反) 테러동맹에 대해 “이 동맹이 진정한 무슬림 연합이라면 (이교도인) 시아파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비난했는데, 이란과의 갈등을 통해 수니파의 맹주로서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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