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젊은 작가들은 미래 10년을 전망하는 단어로 분노, 환경, 세대갈등, 책, 시민, 쇼비니즘, SNS, 연결 등을 꼽았다. 갈등과 커뮤니케이션을 큰 흐름으로 느낀 것이다.
계간지 현대문학이 새해 1월호를 통해 젊은작가 20인의 솔직한 고민과 예술적 고뇌가 담긴 ‘20인 블라인드 앙케트 특집’을 마련했다.
시인 김경주를 비롯, 김민경, 손보미, 오은, 박형서 등 젊은 작가 20인이 참여한 이 설문 응답 중 흥미로운 항목인 ‘다른 사람의 작품 중 가져와 본인이 다시 쓰고 싶은 작품’ 의 경우, 카프카의 ‘성’을 비롯, 멜빌의 ‘백경’,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플로베르의 ‘감정교육’, 세르반테스의 ‘돈케호테’ 등 고전이 다수 제시됐다.
김중혁의 ‘좀비들’, 박솔뫼의 ‘을’, 이장욱의 시 등 동료작가들의 작품도 다양하게 올랐는데, 그 중 한 작가는 지난해 문단에 표절태풍을 몰고 온 신경숙의 ‘우국’ 을 다시 쓰고 싶다고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하면 ‘읽은 작품의 배경 중 가보고 싶은 실제 장소 혹은 허구의 장소’와 관련해선,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 의 지하실, 브루노 슐츠의 ‘계피색 가게들’의 가게들, 헤밍웨이의 ‘파리에서 보낸 7년’에 나오는 카페들,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의 배경인 산타테레사,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녹투라마동물원 등이 제시됐다.
원고독촉을 받을 때 반응도 흥미롭다.
‘내 일 아니려니 생각하고 잘 잔다’‘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자책하고 후회하고 읍소하고 솔직하게 현재 상황을 말한 후, 다소의 말미를 얻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년동안 쓰인 가장 가치있는 문학작품’은 어떤 것들을 꼽았을까. 대부분의 작가들이 대답을 하지 않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좋은 작품이란 좀 더 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장맛처럼 익어가며 제대로 된 맛을 드러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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