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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담판 그 후]역사 교과서 ‘위안부 기술’ 어떻게 되나…다른 듯 같은 韓ㆍ日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한일 양국 정부가 지난 28일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양국의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가 어떻게 기술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일 양국 정부가 최근 역사교과서 재편에 힘쓰고 있는 만큼,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일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 타결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채 안됐지만 양국은 벌써부터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와 산케이(産經)신문 등은 일본이 한국의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한국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에 10억 엔(약 97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한국 외교부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법적 책임’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에 대해서도 일본 측은 “법적 책임은 1965년 청구협정으로 완료된 상태”라며 “이번 합의 이후 사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국 측은 “개인 배상권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를 표명한 것”이라고 인식했다. 

[자료=헤럴드경제DB]


양국 정부가 역사 교과서 재편에 심혈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주목되는 이유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검정체계를 통해 민간의 역사 교과서 출간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부성은 위안부 및 식민 지배에 관한 기술이 일본 정부의 입장과 ‘통일적’이지 않으면 경고 조치하거나 불합격시켰다.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다룬 마나비샤(学び舎) 중등 역사교과서에 대해 문부성은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관련 기술을 삭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지난 10월 31일 자정 무렵 교육부 페이스북에 게시된 한국사 국정교과서 홍보 웹툰에 네티즌은 크게 반발했다. 교육부 웹툰이 ‘잘못된 역사교과서로 학생들이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김무성 대표도 지난 10월 26일 “현 역사교과서가 청소년에게 패배의식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법적 책임’과 ‘강제 연행’ 문제를 모호한 경계에 둔 채 한일이 합의한 타결책으로 앞으로 일본의 역사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를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이 메이지(明治)유신 당시 반포한 ‘교육칙어’를 2018년 초중학교 교육과정으로 정식 채택했기 때문이다.

교육칙어는 ‘국체(國體)’를 강조하는 근대 일본 사상의 핵심이다. 교육칙어의 핵심 문장 중 하나로는 ‘짐(일왕)의 신민들이 매우 충성스럽게, 매우 효심 지극히 억조심을 하나로 하여 대대손손 그 아름다움으로서 보답해옴에 이를 집이 국체의 정화(精華)로 삼으니 교육의 연원 또한 여기에 있음이라’이 있다. 이는 일본 국민은 일왕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적시한다. 특히, ‘일단 위급이 닥치면 의롭고 용감히 공공에 봉사해 이로써 천양무궁한 황운을 부익케 하라’는 구절은 전쟁 발발 시 일왕을 위해 싸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살특공대로 유명한 ‘카미카제’의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아베 내각의 계획대로 2018년부터 일본 모든 초ㆍ중학생에게 일본 전통윤리 교육이 실시되면 향후 위안부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될 중ㆍ고등학생들은 반감을 가질 수밖 없다.

산케이(産經)신문은 29일 위안부 문제 타결이 통해 일본 역사교과서 기술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케이는 야기 히데구(八木秀次) 일본 레이타쿠(麗澤)대학교 법학 교수의 발언을 이용해 중등 및 고등 역사교과서 출판사들이 “양국이 합의한 사실을 존중하고 사실을 담담하게 기술하는 지금까지의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합의 내용을 추하는 정도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역사교과서는 구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중등 역사교과서 중에서는 출판사 8곳 중 마나비샤(学び舎)만이 고노담화 요약문과 함께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마나비샤는 당초에 구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을 상세하게 다뤘으나,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과정에서 지적을 받고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고등 교과서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고등학교 역사교육과정은 일본사A와 B로 나뉜다. 이중 일본사A의 출판사 7곳 중 7곳 모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단문으로 “다수의 여성이 위안부 동원됐다”거나 “일본군도 위안소 설치 및 관리에 관여했다”고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사 B 출판사의 8곳 중 7곳도 “필리핀, 대만, 한국 등 수많은 여성이 위안부에 있었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시미즈쇼잉(清水書院) 출판사의 역사교과서만이 “일본군에 끌려가 ‘군’위안부가 된 사람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자민당 총재로서 산하에 역사검증기구를 설치, 전범 문제를 다룬 도쿄 재판과 위안부 등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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