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던 야권내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이 주춤하고 있다. 오히려 신당추진세력간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특히 안 의원과 천정배 의원측간에 호남민심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새정치연합 탈당인사를 영입하려는 모습이 표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8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권은희 의원이 안 의원측이 아닌 천 의원측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양측간 갈등의 골이 패이면서 통합신당 논의와 신당추진세력간 연대방정식이 더 복잡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안 의원측과 천 의원측의 불편한 관계는 최근 안 의원이 ‘선(先) 독자세력화 후(後) 호남신당과의 연대’ 입장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안 의원이 탈당할 때만 기다리면서 통합신당의 큰 그림을 그려왔던 천 의원으로서는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 선언으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거기에다가 새정치연합 추가 탈당인사들, 특히 광주지역 의원들이 잇따라 안 의원측으로 행로를 정하자 천 의원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진 것으로 보인다.
천 의원은 광주 출신 현역 의원들이 대거 기웃거리는 안철수신당을 향해 ‘도로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천 의원은 지난 22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 인터뷰에서 안 의원을 겨냥, “광주 시민들 입장에서는 딜레마이다. 신당이 신당다운 인물과는 다른 분들로 구성된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권 의원의 거취문제는 양측간 신경전을 격화시킨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과정에 경찰 윗선의 부당압력 의혹을 폭로했던 권 의원은 지난 2014년 7ㆍ30 보궐선거 때 당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가 전략공천을 관철시킨 바 있다. 안 의원이 권 의원을 정치권에 입문시킨 셈이다.
권 의원이 천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인 국민회의(가칭)쪽으로 합류하면 안 의원쪽으로 기울던 광주민심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천 의원측은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호남향우회 현직 임원들이 오는 30일 집단 탈당해 천 의원측 신당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안 의원에게 쏠리는 듯했던 호남 민심이 출렁이고 있다.
안 의원측은 이런 흐름을 애써 무시하는 기류다. 안 의원측 문병호 의원은 통화에서 “신당의 건전한 인물 경쟁은 좋은 일이다. 야권 전체의 힘이 커지는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도 이날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인재 영입과 관련, “기성권력이나 학벌, 스펙 등으로 다듬어진 가공된 보석보다 묻혀있는 원석이나 낭중지추를 찾아 미래세력으로 만들고 키우는 게 새로운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규모있는 창당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성 정당과 차별화된 모습”이라고 말해 탈당 현역 의원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지 않고 선별적으로 수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당분간 통합신당 논의보다 향후 통합 주도권을 겨냥한 양측의 몸집불리기 경쟁에 불이 붙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과 연대도 넘어야할 장애물이다. 천 의원은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없다”며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는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안 의원측 문병호 의원은 “다시 연대하려면 왜 탈당하고 신당을 만드나”라며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신당추진세력들은 뿔뿔이 흩어져서는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라는 거대여당과 맞설 수 없고, 존립자체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는 점에서 결국 힘을 합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대 시점이나 방법 등은 결국 인물 영입 성과나 여론 지지도에 따라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어느 한 쪽으로 세력이나 여론이 쏠릴 경우 연대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지만, 반대로 팽팽한 양상이 계속될 경우 양당 창당 이후까지 장기간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대의 방법은 균형추가 크게 기울 경우 직접적 통합이 될 수 있겠지만, 격차가 적을수록 선거 연대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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