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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조정정년 깼지만 인사적체는 ‘어쩌나’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 작은 정부 기조가 시작된 이후 ‘인사적체‘는 모든 공무원 사회의 골칫거리다. 경찰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무원 정년인 만 60세가 되지 않더라도 만 57세 이상이 된 경무관 이상 간부는 스스로 물러나는 ‘조정정년’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이 조정 정년 원칙이 깨지면서 다시 인사 적체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2일 저녁 13만 경찰 조직의 눈과 귀는 경찰청 치안정감 및 치안감 인사에 쏠려 있었다. ‘조정정년’ 원칙이 깨질지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앞서 “조정정년제의 폐지 또는 단계적 완화가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정정년 원칙은 지난 1999년 이무영 경찰청장 때 후배들에게 승진 길을 터 줘 인사 적체를 없앤다는 이유로 시작됐다. 민간으로 치면 자발적 희망퇴직에 가깝다. 매년 12월이면 조정정년 대상자들은 자연스럽게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올해는 1958년생 이상원 경찰청 차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상 치안정감)과 이철성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 정해룡 강원지방경찰청장, 허영범 경찰청 보안국장,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 윤철규 충북지방경찰청장(이상 치안감)등 9명이 대상이었다. 경무관 중에는 설용숙 대구지방경찰청 1부장, 남병근 인천지방경찰청 3부장이 해당됐다.

인사 뚜껑을 열고 보니 조정정년 원칙은 깨졌다. 이상원 경찰청 차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철성 비서관이 그자리에 들어왔다. 허영범 국장은 대구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물러나기로 하는 등 일부 조정정년에 따르기로 했지만 원칙이 깨진 것을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의 인사 적체다. 조정정년 원칙이 깨지면 자리는 그대로인데 나가는 사람은 줄어 든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까지 3% 이상을 유지하던 전체 경찰 간부 중 총경 이상 고위급 간부의 숫자가 올해 2.55%로 떨어졌다.

반면 간부가 될 후보는 늘어나고 있다.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이 지난 9월 개정됐다. 경감의 초과경력 평정 기준을 기본경력 전 6년간에서 기본경력 전 5년간으로 하는 등 초과경력 평정 기준을 완화했다. 경사로 7년6개월을 재직하면 경위로 자동 승진하는 ‘경위 근속 승진제도’도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고속 승진으로 간부에 진입할 후보군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간부 승진에 병목현상이 일어나다보니 조직을 떠나는 일도 허다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경위급 이상 경찰관 중 스스로 사표를 낸 사람은 2013년 54명에서 지난해 76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는 벌써 59명이 경찰을 떠났다.

승진이 어려워지면 지역별, 입직 출신 별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매년 인사철이 되면 경쟁자를 음해하는 투서가 감찰부서에 날아든다. 이번 인사에서 치안정감 7자리 중 4자리를 경찰청 출신이 장악한 것에 대해서도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로 협력해야 할 동료를 경쟁상대로 보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강 청장이 “그렇다고 해서(조정정년이 폐지 또는 완화된다고 해서) 승진 기회가 막히거나 과도하게 줄어들게 되면 조직의 활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강 청장은 일반 공무원 사회처럼 같은 보직이라도 복수의 직급을 임용할 수 있는 ‘복수직급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으로 간부 자리가 한정된 이상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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