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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판 아우슈비츠’…北 해외노동자의 삶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면서 급여의 90% 국가 납입
-해외 파견 즉시 여권 빼앗겨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북한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면서 급여의 90%를 국가에 납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몽골과 폴란드 현지 조사를 통해 북한 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하고 이같은 결과를 전하면서 이들의 인권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의 한 건설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북한인권정보센터]


이번 조사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 3월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주민 중 해외근로 경험이 있는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몽골(8월, 11월 두차례)과 폴란드(11월)를 방문해 북한 노동자와 관리자, 해당 국가 관계자를 면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센터에 따르면 이들 파견 노동자들은 해당 국가에 파견되는 즉시 여권을 빼앗긴 채 임시 거주 증명서를 발부 받아 북한 당국의 고강도 감시 속에 노동 현장에 투입된다.

몽골에는 현재 약 800명의 북한 노동자가 일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입 현장은 주로 건설 분야로 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노동자는 섬유봉제 분야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숙소.
[사진 제공=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 노동자들의 급여는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몽골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면서 그마저도 대부분을 국가에 납입한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급여가 노동자 본인이 아닌 북한 관리자에게 지급되면서 북한 노동자들은 일에 대한 보상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열악한 숙식 환경 속에서 한 달에 100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구소련 시절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폴란드는 현재 약 1700~1800명의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 가입국 가운데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폴란드와 몰타뿐이다.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주로 조선과 건설 분야에 투입되며 이들 역시 몽골 파견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하루 12시간 이상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한 달 100달러 미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급여는 인력알선업체를 통해 북한 관리자가 챙겨 90% 가량을 국가에 납입하고 있다고 센터는 밝혔다.

북한인권정보센터 관계자는 “현지 조사에 동행한 폴란드 관계자조차 근로 현장이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 곳인줄 모르고 있었다”면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 ‘현대판 아우슈비츠’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기준 등이 명확하게 적용되지 않는 후진국형 노동시장을 가진 나라에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다”면서 “북한 노동자와 계약을 맺은 주체인 국가와 기업이 이들에 대한 반인권 행위를 단속하고 인권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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