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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최고 국가신용등급, 하지만 서민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2015년 대한민국 미생 보고서

[헤럴드경제=정순식ㆍ김재현ㆍ황혜진ㆍ강승연 기자]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 가운데 하나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2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자 한국경제 전반에 고무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 등 3대 국가신용평가기관에서 우리나라가 Aa2 등급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며, 이 등급은 A1의 일본, Aa3의 중국보다도 높은 등급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더구나 지난달 말 기준 3684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등 한국경제를 나타내는 거시 경제지표 또한 나쁘지 않다.

하지만 화려한 국가신용등급의 이면에 가려진 부진한 실물경기의 암울한 모습은 IMF 이후 결코 나아진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에 가계의 소비여력을 갈수록 줄고 있다.

은행 빚으로 내집 마련에 자식 공부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어느덧 12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 빚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사상최악의 취업난에 이태백, 사오정이 속출하고, 상시화된 구조조정은 ‘20~30대 명퇴시대’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빚고 있다.

부실한 노후 대비 여건 속에서 너도나도 자영업 전선으로 뛰어든 뒤, 경쟁에서 도태돼 몰락을 겪는 가계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IMF 이후 국가는 사상최고 신용등급을 받아들었지만, 정작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는 자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턱없이 비싼 집값과 전셋값, 악화일로의 주거빈곤= 당장 삶의 원초적 욕구인 먹고 자는 문제. 특히 주거의 문제는 악화일로다.

저금리와 대출규제 완화 탓에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 왔다. 동시에 전세난은 ‘역대급’을 이어갔고, 저금리 탓에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되며 가계의 실소득은 지속적으로 줄기만 했다.

실제 전세난 탓에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은 최근 약 5년간 9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ㆍ농협ㆍ기업 등 6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10년 말 2조281억원에서 올 8월 현재 18조4925억원으로 9배 넘게 늘었다.

동시에 임차 가구 중 전세 대 월세 가구 비율은 2006년 54.2%대 24.8%에서 지난해 45%대55%로 역전됐다. 이 사이 가계부채 총액은 1160조원을 돌파했다.

▶ 국가 예산의 10분의 1 사교육비가 차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일까. 사교육비 시장은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국가 예산의 10% 가까이가 사교육으로 쓰이는 실정이다.
게티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의 ‘인적자원 고도화를 위한 정책방향과 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사교육 시장 규모는 올해 국가예산(375조4000억원)의 8.8% 수준인 32조9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공교육 재정투입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70% 수준인 반면, 사교육비 규모는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는 부모의 비용 부담을 늘려 은퇴 후 노후 준비가 부실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 너도나도 치킨 집, 실직자 자영업 창업과 폐업 악순환=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밀려난 이들은 너도나도 창업전선에 뛰어들지만, 이들은 이내 곧 폐업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자영업 창업자 열명 중 8명은 폐업하는 게 현실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30.2%로 OECD 21개국 중 20위 수준에 그친다. 지난 9월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10년 동안 개인사업자 창업/폐업 현황’에 따르면, 2004∼2013년 10년간 개인사업자 창업은 948만7667개였고, 폐업은 792만8273개에 이르렀다.

단순 수치상으로만 보면 생존율은 고작 16.4%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른바 치킨과 피자로 대표되는 음석업의 폐업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음식업(18.4%)과 서비스업(16.5%), 소매업(17.1%)의 폐업율은 전체의 62.3%에 이른다.

▶ 최후의 보루 보험도 깬다…복권 판매는 사상 최고= 금융상품 중에서도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보험의 해약률은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험은 중도 해약할 경우 무조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살림살이가 힘들어져도 웬만하면 손을 대지 않는 금융상품이다.

올해 1~9월까지 생보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13조7144억원이다. 해약 건수는 333만6021건. 손해보험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8월까지 손보사가 낸 장기해약환급금은 6조65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249억원보다 무려 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복권 판매액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1조77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00억원(9.2%) 증가했다. 연간 복권판매액은 2011년 3조805조원을 돌파한 이래 올해 5년 연속 3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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