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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아동학대 82%는 부모
작년 발생건수 첫 1만건 넘어
핑계는 “버릇고치기 위해…”
정서·신체적 학대 반복적 자행
신고안한 건수 합치면 부지기수



아동학대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동에 가해지기 때문에 저항하기도 어렵고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문제는 주된 가해자가 그 아이의 미래를 책임지고 보살펴야 할 부모라는 점에 있다.

지난 12일 인천 연수경찰서에는 A 양이 아버지와 그 동거녀의 학대에 못이겨 배관을 타고 탈출한 사건이 신고됐다. A 양은 게임에 빠진 아버지 B(32) 씨가 일주일 이상 밥을 거의 주지 않아 발견당시 몸무게가 16㎏에 불과했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A 양이 스스로 집에 남은 음식을 찾아 먹으면 “아무거나 먹는다”며 때리기도 했다. 2013년 이사를 오면서 학교에도 나가지 않아 아무도 A 양의 상황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1만27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건을 넘었다. 5657건이었던 지난 2010년에 비해 77.2%나 증가한 것이다. 이중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전체의 81.8%로 가장 많다. 대리양육자(9.9%), 친인척(5.6%), 어린이집 교직원(2.9%), 아동복지시설 종사자(2.1%) 등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버릇을 제대로 기르기 위해 때린다”는 ‘훈육’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항상 함께 거주하면서 벌어지기에 학대가 반복적으로 이뤄져 어느 아동학대보다 문제가 크다.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또는 성학대가 중복해 일어나는 중복학대가 42.2%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번 인천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정서적 폭력인 방임과 신체적 폭력이 동시에 일어났다.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돼 아동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학대치사죄를 적용하면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폭력이 집안에서 발생하다보니 별도의 신고가 없다면 잘 드러나지 않아 문제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모에 의해 은밀히 이뤄지는 것을 보면 발견하지 못한 학대 피해아동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 아동학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의사, 교사 등 신고 의무자의 범위에 아이 돌보미, 아동 복지 서비스 제공자가 추가됐지만 여전히 이들에 의한 신고율은 29%에 불과해 미국 61.6% 등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자녀 학대 부모에 대해 검찰이 친권을 박탈할 수 있게 됐지만 이후 아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현재 전국 51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380여명이 근무 중이다. 1개소당 평균 7~8명이 근무하는 셈이다. 1개소당 예산은 3억원에 불과하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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