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달러와의 황혼 이혼”…美 금리인상에 ‘고정환율제’ 사라진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페그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페그제’는 ‘미 금리인상→미 달러화 강세→자국 통화 가치 동반 상승’의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달러 뿐 아니라 13개 국가 통화에 연동하는 ‘통화바스켓’으로의 변경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의 가치상승은 인위적인 외환개입으로 인한 유동성 고갈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빚을 수 있어 페그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위안화 매도 리스크 불구, 달러와의 이혼 선택한 中=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향후 위안화 환율을 미국 달러화 대신 13개국 통화를 포함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중국이 환율관리 방식을 바꾼 것은 새로운 환율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위안화와 달러의 연동이 폐기되면 많은 투자자들이 위안회를 매도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위안화에 대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 고문 중 한 사람은 “달러 페그를 중지하는 것은 중국이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며 “그러나 중국의 불안정한 자본 유출이 나타난다면, 중앙은행이 이러한 정책을 다시 철회해야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의 환율관리 방식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의 달러 고정(페그제) 환율 방식에선 ‘미 금리인상→중 위안화 가치 상승→외환시장 개입(위안화 매입)→유동성 고갈’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내리고,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시행하는 등 성장률 7%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5일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 13개월간 6차례의 금리 인하와 지준율 인하에도 많은 기업과 가계의 신용이 여전히 빡빡한 상황이라며, 달러가 아닌 통화 바스켓과 위안화를 연동하는 것은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하락할 여지를 줘 당국의 이러한 개입을 줄이게 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페그제 설 자리 잃나?=국제통화기금(IMF)의 2015년 환율 제도 보고서(AREAR)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환율 페그제를 채택한 국가는 60% 가량 된다. 올해 4월말 기준 188개 회원국 가운데 환율 페그제 국가는 59.7%였으며 변동환율제(floating)는 35.1%에 불과했다. 나머지 5.2%는 기타로 분류됐다.

현재 주요 통화 가운데 미국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쓰는 나라를 비롯해 환율을 달러화에 고정하거나 달러화를 기준으로 삼아 환율을 정하는 국가는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두 65개국이다.

이와 함께 페그제 국가는 2008년(52.1%)과 비교해 7.6%포인트 늘었다. 반면, 변동환율제 국가는 39.9%에서 35.1%로 4.8%포인트 감소했다. 페그제는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의 경우 급격한 환율 변동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9년만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의 달러화 강세는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달러에 연동하는 자국 통화가치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출경쟁력 약화 등 내수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대부분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의 경우 최근 국제유가 급락까지 맞물리면서 페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30년 동안 미화 1달러를 3.75리얄로 고정해 환율 안정성을 누렸지만, 지난해부터 유가가 급격히 떨어져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재정이 악화하자 페그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