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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금리 종언]新환율전쟁, 방아쇠는 당겨졌다…“살려면 환율 낮춰라”
[헤럴드경제=한석희ㆍ이수민 기자]신(新)환율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재닛 앨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오는 16일(현지시간) 9년만에 미국의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제로금리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라는 역사적 잔해에서 공식 벗어나는 순간이기도 한다.

하지만 통화 패권전쟁의 한 축인 중국은 환율을 관리하는 방식을 기존의 ‘달런 연동’에서 ‘통화바스켓’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유도해 미국 달러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4일 “여전히 추가부양을 고려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이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반면, 유럽은 돈을 더 풀겠다는 의지를 명확힌 한 셈이다. 그레이트 디버전스(Great Divergence)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신(新)환율전쟁의 승자가 누구냐에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 종언이 전세계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냐, 혹은 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 유도가 용인될 것이냐, 아니면 미국이 제 풀에 꺾여 다시 ‘제로금리’ 배에 올라탈 것이냐에 따라 세계금융은 또 한번의 변혁을 맞을 수 뿐이 없다.

▶中, 선제공격?…살기 위해서=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향후 위안화 환율을 미국 달러화 대신 13개국 통화를 포함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환율관리 방식을 바꾸면서까지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중국이 환율관리 방식을 바꾼 것은 새로운 환율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신(新)통화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환율관리 방식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의 달러 고정(페그제) 환율 방식에선 ‘미 금리인상→중 위안화 가치 상승→외환시장 개입(위안화 매입)→유동성 고갈’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내리고,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시행하는 등 성장률 7%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5일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 13개월간 6차례의 금리 인하와 지준율 인하에도 많은 기업과 가계의 신용이 여전히 빡빡한 상황이라며, 달러가 아닌 통화 바스켓과 위안화를 연동하는 것은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하락할 여지를 줘 당국의 이러한 개입을 줄이게 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리오리엔트 파이낸셜 마켓츠’의 우웨 파파트 수석 전략가는 “중앙은행의 위안화 매입으로 통화완화책이 되돌려지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은행의 지준율 인하와 금리 인하 등은 중국 경제에 수혜를 줄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완화 정책은 위안화 약세 기대를 부추겨 역내와 역외 홍콩시장에서의 위안화 매도세를 촉발해왔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위안화 약세 기대를 잠재우고자 인민은행은 전날 웹사이트에 게시한 사설에서 중국은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며, 중국 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수요가 늘어나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 균형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민은행이 당장 달러화와 연동한 위안화 환율을 버릴지는 불확실하다. 과거에도 비슷한 공언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 중앙은행 경제 자문관은 “페그제를 버리는 것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가 될 수 있다”면서도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 중앙은행은 이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망한 시장에 드라기 총재 “추가 양적완화는 여전히 유효하다”=양적완화 추가 확대 예상에도 불구하고 유로자산매입 규모를 600억유로로 동결해 시장의 불신을 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재차 강조하며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좌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14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진행된 이탈리아경제산업연구소 컨퍼런스에서 ECB가 양적완화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CB가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를 더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유로화의 추가 약세를 용인해 인플레이션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금리인상을 통해 시장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미국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유로화와 달러화가 등가를 이루는 패리티(parity) 현상도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7년에는 1유로당 0.80 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미 아베노믹스를 통해 2년간 100조 엔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풀고 엔화 약세를 유지해온 일본으로서는 섣불리 엔화 가치를 올리기 어렵다. 일본은행도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의 양적완화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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