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내년 경제성장률을 사실상 2%대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3.0%를 제시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등 ‘G2 리스크’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 영향으로 한국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았기 때문이다.
가계ㆍ정부ㆍ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부채가 모두 턱밑까지 찬 상황에서 G2 리스크가 닥치면 우리 경제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
KDI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을 낮추는 등 금융건전성을 높여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G2 리스크, 한국 성장률 끌어내릴 요인=KDI는 이날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3% 내외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겠지만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수출 부진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3.0%대 성장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3.1%)보다 높은 3.6%를 기록한다는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KDI는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3.6%를 밑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내년 경제도 2%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KDI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수준에 머물 경우 한국경제 성장률이 2%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불안 등 G2 리스크를 한국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큰 요소로 꼽았다.
KDI는 ”중국 경제성장률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반복적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금리 인상 여파가 크게 나타날 경우 내년 경제 성장률이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3.0%가 추가로 올라갈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은 많지 않고 2%대로 끌어내릴 부정적 요인이 산재한 셈이다.
▶국책 연구기관 내년 2%대 저성장 가능성 첫 공식화=앞서 여러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에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국책 연구기관이 2%대 성장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3.3%로 제시했다.
전망치를 수정하더라도 0.1∼0.2%포인트 소폭 낮춰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는 3.1%다.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은 정부 부문과 온도 차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7%), 현대경제연구원(2.8%)은 3%대 성장률 달성에 회의적이다.
노무라증권은 수출 부진 탓에 내년 성장률이 2.5%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는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눈높이는 더 낮다.
[사진출처=헤럴드경제DB] |
▶KDI, 금융건전성 강화 강조= 결국 내년 경제 성장률이 올해(KDI 전망치 2.6%)보다 나아질 수 있을지는 ‘G2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급락하게 되면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우리 경제 성장은 큰 폭으로 둔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취약 신흥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 수출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KDI는 G2발(發) 파고에 대응하기 하기 위해서는 금융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금융건전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나빠져 경제가 외부 충격에 점차 취약해졌다는 게 KDI 진단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부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기업 수익성과 매출이 크게 둔화했고 가계·기업·정부의 부채비율이 모두 상승했다.
이에 따라 KDI의 정책 제언도 재정·통화보다는 금융정책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DTI 상한을 낮추고 가계부채의의 원금 분할상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TI란 근로·사업소득 등 연간 전체소득에서 대출액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서 집을 사는 사람은 총소득에서 원리금이 차지하는비율의 6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KDI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대출 가계의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부실 한계기업을 신속히 구조조정해 정책자금이 창업·성장기업으로 재분배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