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불발 이후 연일 하락하면서 김씨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났을 때도 왜 우리 동네 주유소 가격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인지 매번 쌓여온 불만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금과 시차로 인해 소비자 판매가격이 국제유가의 하락분만큼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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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4센트(0.4%) 떨어진 배럴당 37.51달러에 마감하며 사흘 연속 떨어졌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골드만삭스 등 일각에서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이 뚝뚝 떨어지는 유가하락분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만큼 국내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세금이 꼽힌다.
국내 정유사들은 싱가폴 국제제품가에 따라 원가선정 및 공급가격을 결정하고,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의 공급가를 원가로 삼아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공급한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직접 내지 않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지만 정부가 거둬들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이 더해져서 소비자 공급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이달 첫 주 보통휘발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456.7원이다. 이 중 60.3%인 878.8원이 세금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529원), 교육세(79.3원), 주행세(137.5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정유사 가격 447.1원은 30.7% 비중에 그친다.
특히 기름값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세금은 부가가치세(10%), 관세(3%)를 제외하곤 국제유가의 변동과 관계가 없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휘발유 1리터에는 800~900원의 세금이 고정적으로 붙을 수밖에 없다. 이에 국제유가가 10% 하락해 이를 정유사가 모두 소비자가에 반영하더라도, 실질적 소비자가격 하락폭은 5% 미만이 되는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주유소에서 기름이 아닌 수돗물을 팔아도 900원은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냐”며 “각종 세금과 유통비용을 감안시 국제유가가 1달러가 돼도 우리나라 휘발유는 1000원 밑으로 내려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유가 가격체계가 바뀌려면 세금이 줄어야하겠지만, 연간 20조원 규모로 1%만 줄여도 세수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렇다면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가격 인하 효과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내일 당장 주유소 기름값도 내리기를 기대하지만 여기에는 국제유가와 한달 가량 시차가 발생한다.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해 파는 산업구조 특성상 벌어지는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판매가는 각 주유소별 재고 소진 주기에 따라 길게는 약 한달 가량 가격 반영이 지연된다”며 “유가 하락 시에는 주유소 판매가의 연동이 상승기 대비 다소 늦어질 수 밖에 없어, 11월 국제가격 동향이 반영되는 것이 이르면 12월 중순은 되어야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는 국내 석유제품가격이 특성 시점간 비교시 국제가격과 비대칭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분석시 국제가와 국내가는 대칭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오를 때는 빨리, 내릴 때는 천천히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하락보다는 가격인상을 직접 체감하며 상대적으로 빨리 오르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실질적으로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가 변동분을 국내가격에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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