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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판도라를 욕하는가…도예가 손정희 ‘판도라’전
-손정희 작가, 12월 4일부터 30일까지 학고재갤러리서 개인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분노(wrath). 이글거리는 붉은 눈동자에 잔뜩 일그러진 붉은 입술. 검붉은 머리털은 메두사의 성난 머리뱀처럼 솟구쳐 있다. 인간의 분노를 형상화 한 도예가 손정희(41)의 작품이다.

손정희 작가가 4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12월 4일부터 30일까지 학고재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다. 

데뷔탕트 7대 죄악 Debutantes 7 Sins (Wrath), 2015, 도자, 양모, Ceramics, felt, 82×46×78(h)㎝ [사진제공=학고재]
할리퀸 Harlequin (Trophy), 2015, 도자, 금박, Ceramics, gold-leaf, 14×14×40(h)㎝ [사진제공=학고재]
채울 수 없는 만족감 Satisfaction Impossible, 2015, 도자, 깃털, 구리선, 고무줄 등, 100×140×200(h)㎝ [사진제공=학고재]
판도라 Pandora, 2015, 도자, 깃털 등, 263(h)㎝ 가변설치 [사진제공=학고재]

작가는 미국 버나드칼리지 예술사 학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 유리과 석사 과정을 거쳤다. 2008년 첫 개인전 이후 신화 속 인물들을 모티브로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조각 작품을 줄곧 선보여 왔다.

첫번째 개인전 때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동화 속 주인공을 비튼 인물 조각들을 선보였던 작가는 두번째 개인전에서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판도라’다. 작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 판도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인류 재앙의 근원으로 손가락질 받는 판도라를 형상화 한 조각을 통해 인간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고 있다.

또 분노, 폭식, 오만, 탐욕, 색욕, 질투, 나태 등 성경에 나오는 7대 죄악을 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인물 조각들 역시 손정희 특유의 거칠고도 섬세한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흙으로 역동적인 인체 형상을 만들고, 유약을 바르고, 최소 세차례 이상 굽고 또 구워 밀도있는 도예 조각들을 완성시켰다. 특히 도자기 조각 위에 헝겊, 실타래, 깃털 등 장식적인 소재들로 풍부한 질감을 더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호남대 교수) 씨는 전시 서문에서 “흙으로 빚어낸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형상들은 작가이자 투사인 손정희가 싸움에서 이긴 전리품”이라며 “신 중심의 기독교 사회에서 전통적 미의식과 싸우고 초현실주의 지평을 연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ㆍ네덜란드 화가)처럼, 손정희가 보여주는 개인적 서사의 세계는 의식의 사회적 억압에 대한 항거”라고 평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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