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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뱅크’는 사라지고 ‘뱅킹’만 남는다…비대면 거래 스타트, 보안과 실효성은 의문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뱅크(은행)’에 가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뱅킹(은행업무)’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영상통화나 홍채ㆍ안면 등 생체정보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용되면서, 이제 이론상으로는 은행창구를 가지 않더라도 계좌 개설, 송금, 환전, 대출 등 웬만한 은행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은행 풍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지 모른다. 은행은 사라지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은행서비스만 남아 있는 시대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인점포와 비대면 영업 비중이 늘면서 은행 점포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의 인력감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비대면거래 서비스로는 전통 은행을 완전히 외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용가능 계층 등 여전히 제한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실효성이나 보안성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점포 축소, 희망퇴직…사라지는 전통 은행=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시중은행 퇴직자수가 지난해의 2배인 약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금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부 은행들이 대규모 퇴직을 감행하면서다.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122명이 희망퇴직으로 퇴사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지난달 23~27일 특별퇴직신청기간 약 1200명이 몰렸다. 다른 은행에서도 임금피크제 적용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 희망퇴직을 통해 퇴직 신청자가 예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점포를 줄이고 무인점포 등 비대면채널을 강화하면서 인력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조치다.

전국 은행수는 지난 2013년 6월말 5370개였으나 지난해 7월말 5101개로 1년동안 269개가 감소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비대면 거래, 인터넷전문은행 본격 출범…급변하는 금융환경= 이런 가운데 한국카카오와 케이뱅크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전통 은행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내년에 출범하면 정말로 뱅크(은행) 없이 뱅킹(은행업무)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대면 실명거래가 1일부터 가능해지면서 이같은 뱅킹만 가능한 금융서비스가 더욱 날개를 달 전망이다.

신한은행이 무인점포나 모바일에서 영상통화나 생체인증(손바닥정맥) 등을 통해 실명확인을 하는 비대면실명거래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신한은행 무인점포인 디지털 키오스크는 신분증만 있으면 영상통화와 손바닥 정맥지도 인증(바이오인증)을 통해 계좌개설(기존 고객), 통장·카드 발급 등 창구 거래량의 90%에 달하는 109가지 업무가 가능하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17개 영업점에서 운영되며 점차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시연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시연을 해보고 있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뱅크 브랜드인 ‘써니뱅크’로도 비대면 실명거래가 가능하다. 기존에 신한은행 계좌가 없는 고객도 환전, 송금, 대출 및 이자 납부 등의 거래를 할 수 있다.

보안, 실효성 등은 넘어야할 =하지만 이같은 새로운 뱅킹서비스의 보안성이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최근 금융 당국이 ‘대포통장’을 근절하겠다며 계좌 개설 문턱을 높인 것과 대비되면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다중의 장치를 적용해 대면거래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하돼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비대면거래”라면서 “보안 우려는 정서적 우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맥정보를 암호화시킨 데이터를 두개로 분리해 보관한 후 실명 확인 때 이를 하나로 합쳐 확인하는 보안성 테스트를 한달에 걸쳐 실시했다”며 보안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은행에 직접 가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어려운 마당에 과연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이와 함께 기기작동이나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가 사용하기 힘들고 대리인 허용이 되지 않아 어린이 등의 금융 거래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불편하다.

비용면에서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의 경우 특정 업체에 의뢰해 제작한터라 정확한 가격은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같은 무인점포 기기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각 은행마다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소모될 것이고 시스템 구축이나 직원교육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 투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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