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나는서울시민이다] 존슨씨가 보여준 '텅빈' 초대장
2015 마을국제컨퍼런스 밀착교류 워크숍

[나는서울시민이다=김혜진 마을기자]  서울시와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5개 마을 호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2015 마을국제컨퍼런스'를 11월 16~17일 양일 간 진행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주민자치를 성공적으로 이끈 해외의 마을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지역발전을 위한 협력적 민관 거버넌스의 체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했다.

▲윌리엄 존슨 전 미국 로체스터 시장이 로체스터시의 시민자치 모델인 NBN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민관 거버넌스’를 주제로 미래금천·교육연대가 주관하는 밀착교류 워크숍이 진행됐다. 윌리엄 존슨 전 미국 로체스터 시장과 티모시 하워드 로체스터 시 NBN(Neighbors Building Neighborhood/마을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담당 공무원 등 해외의 마을 전문가들이 게스트로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 만들기 성공 사례를 들려주고 성공적인 거버넌스를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번 행사는 강연 중심이 아니라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중심 소규모 컨퍼런스라는 점이 특징이었다. 국내외 인사들 간 교류를 통해서 마을활동가들이 직면한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자리이기도 했다.

미국 로체스터 시는 1990년대까지 범죄율 상승과 도시 슬럼화로 위기에 직면했던 도시였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도시 재생 계획을 시가 지원해 주는 ‘NBN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주민자치의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윌리엄 존슨은 흑인 풀뿌리 운동가 출신으로 1994년 뉴욕 로체스터시 시장에 선출되어 쇠락한 도시 로체스터에 NBN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한 인물이다. 티모시 하워드는 로체스터시의 주민이자 NBN프로그램을 담당한 공무원으로, 프로그램에서 시민들을 돕는 '커뮤니티 플래너'로서 지역사회 개발을 계획하는 역할을 했으며, 존슨 시장 재직 시 시장실에서 공동체개발 업무를 담당한 이력이 있다.

윌리엄 존슨 전 시장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뉴욕 로체스터시의 시민자치모델인 NBN 을 만든 배경과 시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사업을 지원하고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 어떤 시스템들을 도입했는지 등에 관해 설명했다.

티모시 하워드 로체스터시 NBN프로그램 담당 공무원은 “도시개발에 참여했던 공무원이자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경험을 이 자리에서 나누고 싶다”면서 “한국에는 처음 왔는데 지역 주민들이 일구어 온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전 시장은 “처음 NBN을 시작했을 때 로체스터 시민들은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조차 성공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들이 기존에 해 왔던 것을 다 바꾸려고 하는 게 NBN이었기 때문이었다. 공무원들의 반발이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 시민들과 만나고 NBN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 거주민들과 둘러앉아 가장 바람직한 방안과 해결책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고 대학교수도 하면서 본인이 있는 자리가 항상 질문을 받는 자리였다고 말하는 존슨 전 시장은 그 중에서도 ‘어떻게 사람들을 참여시키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NBN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때로는 투자했던 노력과 시간이 한 줌의 재처럼 별 성과가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구역에 속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강점과 자산을 찾아내고 지역의 목표와 부합시켜 바람직한 결과를 창출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 결과 지역사회 안에 속한 다양한 분야의 개인과 단체들이 NBN 운영에 활발하게 참여했고 로체스터시 역사상 최초로 주민들, 사업자들, 그리고 단체들은 능동적인 도시계획 설계자가 됐다.

민건동 금천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은 “금천구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전동시행 시범구다. 로체스터가 갔던 길을 비슷하게 따라하는 게 아니라 마을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할 민주적 협력체계에 대한 성공적 사례를 공유하고 그 성공원리를 우리 마을에 맞게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다.

민 센터장은 “이번 컨퍼런스는 마을살이의 성공적 거버넌스를 위해서 서로 ‘소통’ 경험을 나누고, 협력적인 민관거버넌스 체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뜻 깊은 자리다”는 말을 덧붙였다.

컨퍼런스를 마칠 무렵 존슨 전 시장은 종이 한 장을 보여 주면서 “여기 초대장이 한 장 있다. 만약 이 초대장에 모든 것이 적혀 있다면 그것을 받는 시민은 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초대장을 주면서 ‘여러분들이 와서 나를 도와 달라’, ‘와서 초대장을 채워 달라’고 말한다면 그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고 말했다.

존슨은 NBN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하는 내내 시는 경제적, 기술적 지원을 했지만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은 전적으로 ‘시민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존슨의 말 속에서 서울의 마을활동가들이 직면하는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