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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꼬마책상 만들며 아빠와 추억 쌓아요”
마을기업과 작은도서관이 함께 하는 ‘독서·목공 프로그램’ 인기

[나는서울시민이다=김혜진 마을기자] 주말인 지난 11월14일 오전 10시. 평소 같으면 주말이란 핑계로 뒹굴거릴 시간인데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마을기업 (주)아임우드에는 목공체험을 하러 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아빠(엄마)와 함께 눈 책, 손 책’이라는 주제로 독서와 목공을 연계한 무료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온 것이다.

▲목공 마을기업 아임우드에서 가족참가자들이 꿈씨어린이작은도서관 동아리실에 기증할 꼬마책상을 만들고 있다

(주)아임우드는 친환경 목재를 사용해 원목가구 만들기 체험교육도 하고 가구 주문제작도 하는 작은 마을기업이다. 재능기부로 저소득 계층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어 주고, 관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서 목공 진로체험도 진행한다.  전시회에 참가해 지역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회사의 심상무 대표는 문화재 수리기능 보유자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각종 공예품 대전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서울 도서관에서 지원하는 작은 도서관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체험 프로그램을 심 대표와 함께 기획한 ‘꿈씨어린이작은도서관’ 박현주 관장은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무엇인가를 하면서 아빠의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독서·목공 연계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빠와 아들이 책상을 조립 하는 모습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았는데 겨울이면 큰 아버지께서 일하러 나가시면서 나무판으로 썰매를 만들어서 툭 던져두고 가던 기억이 나요. 비료 포대를 깨끗이 손질해서 차곡차곡 쌓아두시기도 했죠. 그걸 가지고 썰매를 타면서 엄청 재미나게 놀았어요. 이래봬도 저 썰매 좀 타던 여잡니다.(웃음) 어른들이 놀 거리를 만들어 주시던 걸 떠올리다가 가족 단위 취미활동이 지역 내 마을기업이나 단체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은 거죠.”

마침 도서관 동아리실에서 사용하던 플라스틱 책상 몇 개가 망가졌던 터라 이를 대신할 꼬마책상을 직접 제작해 보면 좋겠다 싶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목공 체험을 하면서 추억도 쌓고 만든 책상은 도서관에 기증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페인트칠을 하던 정심초 2학년 김도언 학생이 “엄마랑 같이 색칠하니까 훨씬 재밌다”고 얘기하자 엄마인 홍승애 씨도 질세라 ‘토요일에 집에서 지루하게 보내지 않고 도언이랑 즐겁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칠을  한 목재를 드라이어 기기로 말리던 아이들의 눈빛은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하는 설레임과 기대로 반짝거렸다.

다음 순서는 조립이다.  전동드릴로 구멍을 뚫을 땐 긴장감도 약간 감돌았지만 ‘아빠와 아이’ 혹은 ‘엄마와 아이’가 호흡을 척척 맞춘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사포질과 판화 기법의 일종인 스텐실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니스 칠을 하고 나니 ‘짜잔~’ 드디어 나만의 아담한 파스텔톤 꼬마책상 완성!

니스 칠이 마르기를 기다리던 신흥초 3학년 정승하 학생은 “아빠랑 같이 하니까 재밌어서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심초 2학년 진성민 학생의 아빠 진갑준 씨는 “완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보니까 색다르고 보람도 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주말 아침부터 나온 탓에 아빠들이 볼멘소리를 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아이들이 금세 자란다. 더 크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박현주 관장은 “아이가 어른이 돼서 우연히 도서관에 들렸다가 자기가 만든 책상을 발견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도서관은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곳이죠. 이런 활동들이 아이들의 꿈으로 이어지는 동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프로그램 진행 소감을 밝혔다.

심상무 대표는 목공인 저변확대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자기가 생각한 모양을 직접 만들어 보고 창의적으로 디자인을 구현하는 건 잠재적 소질계발에 도움이 됩니다. 목공은 유망업종이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아직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가 없어요. 진로·직업체험을 통해 우리 꿈나무들이 앞으로 ‘목공’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랬다. 전통 짜임가구 제작법 교육으로 사라져가는 목공문화 계승에도 힘쓰고 있는 마을기업 아임우드. 이곳에서 더 많은 마을사람들이 목공으로 놀고 배우기를 바라며, 이곳을 찾는 가족들이 함께 나무를 매만지면서 추억 가득한 사진 한 장 마음속에 남기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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