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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YS 재조명 열기가 朴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것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국민적 애도 속에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YS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세 찬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리는 날씨에도 그의 부재를 슬퍼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영결식이 치러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는 YS와 평생을 함께 했던 사람도, 그와 얼굴을 붉히며 싸웠던 사람도, 그를 가뒀던 사람까지도 서로 손을 잡았다. 고인의 유해가 40여년 둥지였던 서울 상도동 사저를 지날 땐 ‘정 많고 소탈했던 이웃’과 이별해야 하는 슬픔에 눈시울이 붉어진 주민들이 많았다. ‘민주화의 상징’을 떠나 보내는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연이은 해외순방으로 건강이 좋지않아 불가피했다지만 현직 대통령의 빈 자리는 커보였다.

YS 국가장 5일은 통합과 화합의 시간이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3만7400여명, 각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분향소에는 17만명의 조문 인파가 몰렸다. 예상을 뛰어넘은 추모 열기와 재평가 움직임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놀랐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대통령’이라는 과(過)에 눌려 감춰졌던 업적들(금융ㆍ부동산실명제 단행, 군 사조직 척결, 공무원 재산공개, 중앙청 철거 등 역사 바로세우기)이 비로소 정당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시대 분위기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음을 YS에 대한 재조명 열기는 보여준다. 지금 국민은 생산적 정치를 열망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ㆍ고령화, 청년실업과 양극화, 수출 부진과 제조업의 활력 상실 등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난국 타개에 나서야 할 정치인들은 그러나 극단적 당파주의에 빠져 뭣 하나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YS는 생전에 정치적 라이벌과 싸우면서도 협력하고 타협했던 통 큰 정치를 보여줬다. 현 정치권의 끝간데 없는 소모적 정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YS식 돌파구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꽉 막힌 정국을 풀어 우리 시대의 개혁 과제를 실행해야 할 정치 지도자는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YS서거와 재조명 열기가 던지는 메시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 정치가 없다”는 고인의 어록은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YS의 유산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면 아버지 시대의 리더십인 통치를 내려놓아야 한다. 정적과도 대화하고 타협하며, 의회에는 설득과 소통으로 다가가고, 다른 진영의 인재도 포용하는 열린 리더십이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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