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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됐나
변방 유인원에 불과하던 호모 사피엔스
농업혁명·인지혁명·과학혁명 거쳐 진화
현재 사이보그까지 인간의 역사 탐색
지구상 유일한 승자된 문명항해기


“몇만년 전 지구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26쪽)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이런 놀라운 발견(?)을 한 젊은 학자의 이름은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학자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를 인류의 유일한 종으로 여기는데 익숙한 우리에게 그의 말은 끊어진 퓨즈에 불이 들어오듯 순간 놀라게 된다. 사피엔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린 히바리의 역작 ‘사피엔스’(김영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북클럽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꼽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기 전에 저자가 쓰는 ‘사피엔스’란 용어를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사피엔스와 인류란 표현을 명확히 구분해 쓰고 있다.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 종의 일원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인류(human)란 표현은 ‘호모속에 속하는 현존하는 모든 종’을 지칭하는 의미로 쓴다.

또 하나, 저자가 오류로 지적한 호모의 단일계보 문제다. 흔히 에르가스터가 에렉투스를 낳고 에렉투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낳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우리 종이 됐다는 식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인류는 약 250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했다. 이들은 200만년 전 고향을 떠나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에 정착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여러 종이 생겨났다, 동아프리카의 호모 루돌펜시스, 유럽과 서부 아시아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아시아 동쪽 지역에 200만년 가까이 살아 가장 오래 지속된 인간종 호모 에렉투스 등 이들은 사촌인 셈이다. 그러다가 동부 아프리카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15만년 전 출현하면서 다른 인간종들에게 종말이 다가온다.

저자는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지 1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동부 아프리카에 살았던 사피엔스는 약 7만년 전 무리를 지어 두번째 역사적인 대이동을 시작한다. 문제는 이들이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그 곳의 토착 인류가 멸종했다는 사실이다. 네안데르탈인, 호모 솔로엔시스는 5만년 전, 호모 데니소바는 그 직후,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전 줄줄이 사라졌다. 폴로레스 제도의 난쟁이 비슷한 인류는 약 1만 2000년전 사라졌다. 호모 사피엔스 단일 세상은 불과 1만여년에 불과한 것이다.

‘사피엔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통찰로 연속적인 충격을 준다. 가령 이런 식이다. “어쩌면 수렵채집인들이 야생 및 채
취에서 집약적인 밀 경작으로 전환한 목적은 정상적인 식량공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원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사피엔스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생태적으로 전혀 다른 오지의 서식지에 그처럼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을까? 튼튼하고 머리가 좋으며 추위에 잘 견뎠던 네안데르탈인은 어째서 우리의 맹공격을 버텨내지 못했을까? 사피엔스는 15만년 전부터 동아프리카에 살았지만 다른 인간 종을 멸종시키기 시작한 것은 불과 7만년 전의 일이다. 그 사이의 기간 동안 원시 사피엔스의 모습은 우리와 거의 같지만 다른 인간 종들보다 딱히 더 나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약 7만년 전 무리를 지어 두번째로 아프리카를 벗어나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인간 종들을 중동에서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에서 몰아냈다.

이들은 약 7만년 전부터 3만년 전까지 배, 기름, 등잔, 활과 화살, 바늘을 발명했다. 예술품이나 장신구라 불리는 최초의 물건도 이 때 나왔다. 종교와 상업, 사회의 계층화가 일어났다는 명백한 증거가 이 때 나온다.

저자는 수만년 사피엔스의 역사를 관통하여 인간의 진로를 형성한 것으로 세 가지 대혁명을 제시한다. 바로 약 7만년 전의 인지혁명, 약 1만2000년 전의 농업혁명, 약 500년 전의 과학혁명이다. 그리고 역사발전을 이끈 촉매제로 불, 뒷담화, 농업, 신화, 돈, 모순, 과학을 지목한다.

촉매제는 혁명과 상호작용하며 불을 지피고 타오르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인지혁명의 시작으로 불을 지배함으로써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선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회적인 공동체를 형성한다. 수렵채집인에 머물던 인간은 농업혁명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를 경험하고 늘어난 인구를 통제하는 강력한 무기로 종교와 계급, 권력 등 허구의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농업의 발달은 부의 증가와 정착생활로 이어진다. 그 결과 사람들은 돈을 맹신하게 됐고 이는 사회적 모순을 야기시키기에 이른다. 500년 전 과학혁명은 우리에게 이전 시기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 지도 모른다”(19쪽)

40억년 간 자연선택의 지배를 받아온 인류는 이제 신의 영역까지 넘보려고 한다. 전세계 모든 실험실에서 유전자 조작이 진행중이다.

인간의 지적설계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전망도 저자는 냉철하게 펼쳐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읽다보면 ‘사피엔스’의 7만년이 후딱 지나간다. 고고학,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을 역사의 줄로 비끌어매 마치 한 달음에 써내려간 한 편의 소설 같다. 600여페이지에 달하는 부피감에도 긴장과 호기심을 잃지 않게 만드는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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