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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그들은 어떻게 세계적인 컬렉터가 되었나
세르주 티로시·장마크 르갈·마리 로르 등
‘작가 발굴·작품가치 찾기’열정적 투자
아미 바락이 찍은‘폴매카시의 스파게티맨’
20년새 작품 가치 130배나 뛰기도
“안목 키우려면 많이, 멀리 보는게 중요”
11명의 아트컬렉터들의 생생한 조언 눈길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기업가로서 미술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오늘과 미래를 보기 위해서다. 오늘날 동시대 작가들과 이야기하고 작업실을 방문하다 보면 미래가 보인다.” <프랑수아 피노 PPR 회장>

2011년 9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컬렉션 전시를 연 프랑수아 피노 프랑스 PPR 그룹 명예회장의 말이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업체 크리스티의 오너이기도 한 그의 소장 미술품은 2000여점에 달한다. 그는 억만장자이면서 동시에 세계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아트 컬렉터다. 

장 마크 르 갈(왼쪽부터), 세르주 티로시, 마리 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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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미술시장은 ‘기록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작품 가격 최고가 기록이 잇달아 쏟아져 나왔다.

올해 초 개인거래로 폴 고갱 작품 ‘언제 결혼하니’가 3억달러에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에 등극했고,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약 1억8000만달러에 낙찰되며 역대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11월엔 모딜리아니의 ‘누워 있는 나부’가 1억7400만달러에 낙찰돼 피카소의 최고가 기록을 바짝 뒤쫓았다.

한국 작가 경매 신기록도 나왔다. 김환기의 1971년작 전면점화가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7억2100만원에 낙찰되며 국내 작가 미술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기까지 미술품에 값을 매겨 ‘기록’을 남기는 것은 다름 아닌 아트 컬렉터들이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문화강국을 꿈꾸는 카타르 왕가가 그렇고, 중국에 초대형 미술관을 잇달아 세우고 있는 택시기사 출신의 억만장자 류이첸과 그의 아내 왕웨이가 그렇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작가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도 컬렉터가 있었다.

16세기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의 후원이 있었기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모나리자’를 완성할 수 있었고, 18세기 메디치 가문의 수대에 걸친 후원으로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배를 곯지 않을 수 있었다.

19세기 프랑스의 화상이자 출판업자 앙브루아즈 볼라르는 세잔, 피카소, 마티스를 대중에 알렸고, 20세기 초 미국의 여성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과 그의 남매들 역시 피카소와 마티스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오늘날 데미안 허스트 같은 작가가 돈방석에 앉게 된 건 영국의 유태인 거부(巨富)이자 아트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브로드아트파운데이션을 운영하는 미국의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등 슈퍼리치 기업인들 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헐리우드 스타들 역시 당대 미술시장의 역사를 쓰고 있는 컬렉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컬렉터의 조건은 무엇이고, 좋은 컬렉션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까.

최근 아트 컨설턴트 박은주씨는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11명의 아트 컬렉터들의 인터뷰를 엮어 책으로 냈다. 그의 책 ‘컬렉터(Collector)’에 따르면 컬렉터는 강박적으로 작품을 수집하는 유형, 작가들을 지원하는 메세나 역할을 하거나 수집한 작품을 전시해 대중과 공유하는 유형, 순전히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수집하는 유형으로 크게 분류된다. 공통점은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컬렉션을 통해 문화적 만족과 경제적 이윤을 동시에 보상 받는다는 점이다.

박 씨의 책에 소개된 대표적 사례들을 통해 컬렉터와 컬렉션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1. 세르주 티로시(Serge Tiroche)

“미술시장은 멀리 보고 트렌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 러시아 미술시장의 붐이 일었다가, 중동 미술시장이 뛰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국, 아프리카 미술시장도 치고 올라오고 있다. 여러 대륙의 작품을 고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티로시는 이스라엘 아트딜러 가문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컬렉터의 길을 걸은 케이스다. 1997년부터 10년 동안 시티그룹 개인은행 디렉터로 일하고, 유럽 지역 자산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예술투자전문 금융자문회사인 ST-ART를 만들어 이스라엘 지역의 혁신 작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현재 티로시 델레온 컬렉션에서 400여점의 공동 소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의 서도호, 양혜규, 강형구, 중국의 아이웨이웨이, 류샤오동 등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2. 아미 바락(Ami Barak)

“작품에 대한 견해를 시시각각 바꾸는 일에 겁먹지 말아야 한다. 오늘 어떤 작품이 좋다가도 내일 좋지 않다고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본인의 성격과 개인의 역사를 반영해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작가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일지라도 컬렉터들은 자기만의 거울을 통해 그것을 본다.”

-루마니아 출신 바락은 파리 1대학 예술사 교수이자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세계적인 아트 페스티벌과 국제전을 기획했다. 그는 정부 소속 아트컬렉션 디렉터로 활동하며 폴 매카시, 마이크 켈리, 크리스 버든,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의 작가들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큰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조언으로 1994년 2만7000달러에 구입했던 폴 매카시의 ‘스파게티맨’은 현재 350만달러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분석됐다.

3. 장 마크 르 갈(Jean-Marc Le Gall)

“나는 예산이 한정된 평범한 컬렉터다. 한 작품을 구매하는 데 전체 예산을 다 써버리면 다른 컬렉션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이나믹한 컬렉션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유명한 한 작가의 작은 작품 한 점보다 젊은 작가 주요 작품 다섯 점을 구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대학 부교수이면서 기업 컨설턴트인 르 갈은 서른살부터 소장한 작품이 100여점에 달한다. 작은 골동품점에서 에디션 번호도 없는 19세기 판화들을 구입한 것이 컬렉션의 시작이었다. 그는 거의 ‘독학’으로 안목을 기른 케이스다. 2004년부터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며 본격적인 컬렉션을 갖기 시작했고,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도 남달라 최근 프랑스에서 열렸던 이우환, 박서보, 이배의 전시를 직접 찾기도 했다.

4. 앙드레 르 보젝(Andre Le Bozec)

“내가 작품을 기증하는 이유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수집한 작품들을 보며 내가 느꼈던 기쁨과 행복을 관람자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새로운 작품을 구입할 때는 기존의 컬렉션과 일관성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구입해야 그의 모든 예술적 재능을 볼 수 있다.”

-기하학적 추상 작품만을 수집하는 앙드레 르 보젝은 유럽의 유명 컬렉터다. 평생 동안 수집한 컬렉션 300여점을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박물관에 꾸준히 기증해 왔다. 프랑스 정부는 그의 공로를 높이 사 2004년 슈발리에 문화예술공로훈장을, 2014년 그보다 한단계 높은 오피시에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여했다.

5. 마리 로르(Marie Laure)

“요리사가 최상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음식을 많이 먹어봐야 하는 것처럼 컬렉터도 작품을 감상하는 눈과 마음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을 때는 다음날 다시 가서 봐도 여전히 같은 느낌인지,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리 로르는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 교수이자 영양학 전문 의사다. 어머니로부터 300여점의 컬렉션을 받아 자연스럽게 아트 컬렉터로 길을 걷게 된 컬렉터 2세대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길버트 앤 조지, 줄리 머레투 등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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