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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노시청] 중소기업 판로지원정책이 폐지대상 규제인가?
요즘 중소 제조업체들의 눈과 귀는 온통 중소기업청에 쏠려 있다. 내년부터 3년간 적용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공조달 시장에서만이라도 중소제조업체들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중소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반대의견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 가장 큰 반대세력은 대기업들이다. 게다가 올해는 중견기업과 건설사들까지 나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훼방을 놓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공공조달시장도 대기업이 주도해야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면서 이미 일반 중고생도 조립이 가능한 데스크탑 PC에 이어 중소기업들이 새롭게 개발한 전자칠판까지도 자신들이 참여하지 못하니까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도 이들 제품의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제는 그동안 자신들 브랜드 PC를 OEM으로 제조해오던 중소기업들도 살아야 하니까 대기업들이 조달시장에 참여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생산인력과 시설도 갖추지 않으면서 브랜드 파워만을 내세워 중소기업을 하청기업화하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중견기업들의 주장은 더하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더니 중소기업 시절 받아오던 판로지원 혜택을 더 이상 못 받게 되자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갈 위기이므로 경쟁제품 지정을 대폭 축소해야한다고 정부를 압박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중소기업들과 달리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우수한 기업이므로 그 동안의 중소기업 정책과는 차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래서 유례없는 중견기업법까지 만들어졌음에도 이제는 국내 조달시장에서 빵과 소시지까지 납품해야 자신들이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가 중견기업의 대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폐지대상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요구도 심각하다 .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로 인해 공사에 쓰이는 주요 자재들을 공공기관들이 직접 사주니까 현장 자재관리가 잘 안되고 하자발생 시에도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는 주장이다. 과거에는 자신들이 공사를 통째로 수주해서 필요에 따라 자재업체를 손쉽게 선정해왔고 하자가 발생해도 시끄럽지 않게 잘 처리돼 왔는데 이제는 자신들이 자재업체를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납품시기 변경이 어렵고 하자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익명제보의 70%가 하도급 관련 사항임을 발표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런 억지 주장에 대해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이런 주장에 현혹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높다.

실제로 기재부와 산업부, 국토부 등 일부 부처에서는 이들과 같은 논리로 약 40개 제품에 대한 지정제외를 중소기업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대기업들이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중소기업 판로지원제도마저 폐지대상 규제로 몰아가는 현실에 중소기업들은 시름만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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