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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위기의 정치·경제 갈 길 밝혀주는 巨山과 峨山
거산(巨山) 김영삼 전대통령과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삶과 철학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거산이 마지막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의 화두는 당리당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정치판에 따끔한 회초리가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25일로 탄생 100년을 맞은 아산의 도전과 기업가 정신은 재조명 작업이 한창이다. 질곡과 역경의 시대를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와 듬직한 산으로 우뚝 선 두 사람이 던지는 메시지가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사회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단기간에 함께 일궈낸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거산과 아산은 명실상부한 그 주역들이다. 거산은 암흑과도 같은 독재 정권에 맞서 몸으로 민주화를 쟁취해 냈다. 아산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한국 경제를 세운 주인공이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강한 신념과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무한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공교롭게도 두 산이 재평가되고 있는 현 시점은 우리 정치와 경제가 최악의 위기 국면에 빠져있는 때다. 국회는 민생과 국익을 살피는 전당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를 다투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해 있다. 말로는 이념과 계파, 지역의 벽을 허물자는 거산의 정신을 이어간다면서도 행동은 전혀 딴 판이다. 오히려 거산의 유지마저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려는 속셈도 보인다. 의회 신봉자 거산이 이를 본다면 차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아산의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안팎 곱사등’ 신세다. 안으로는 수출과 내수 부진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업의 총매출은 전년보다 26조원 넘게 줄었다.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밖으로는 중국이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으며, 경쟁국 일본과의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던 자동차와 철강, 조선 부문도 존립을 안심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더 심각한 건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데도 기업들은 선제적 투자로 위기를 극복할 생각은 않고 그저 관망만 하고 있다. 기업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창업세대가 떠나는 중소기업에는 후계자가 없다. 기업인들은 “이봐, 해봤어?”라는 아산의 물음에 답을 해야 할 때다. 정부는 규제혁파로 기업이 다시 뛸 경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정주영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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