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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표지갈이’는 중대 범죄행위, 교수 도덕성 이 정도인가
대학 교수들이 무더기로 남이 쓴 책을 표지만 바꿔 다시 출판하는 파렴치한 행태가 드러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일명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 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대학교수 200여 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대학 교수는 학문적 양심의 표상(表象)이 돼야할 최 일선의 사회 지도층이다. 교수 사회의 도덕성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한 심경을 가누기 어렵다.

더 놀라운 것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다는 점이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교수는 의심을 피하려고 책 제목에 한 두 글자를 넣거나 빼는 수법까지 썼다고 한다. 실제 책을 쓴 교수들조차 표지갈이 책들이 버젓이 유통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집단 사기 행각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가담자 범위도 매우 넓다. 국ㆍ공립대학은 물론 서울 유명 사립대에 이르기까지 전국 50여 곳에서 이같은 비리가 저질러졌다. 일부 학회 회장과 스타 강사도 포함돼 있다. 양심을 판 엉터리 교수들이 주위에 널려있었던 셈이다.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관행화된 것은 교수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연구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재임용 여건을 충족시키고 싶은 욕심에 동료 교수가 오랜 기간 땀 흘려 일궈낸 연구 성과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훔쳐 새 저서로 둔갑시킨 것이다. 또 제자들에게 엉터리 책을 신간이라고 속이고 팔아 인세까지 챙기는 뻔뻔함도 보였다. 실제 책을 쓴 원저자는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그러니 원저자와 허위 저자, 출판사가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3각 공조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하긴 이런 일이 1980년대 이후 30년 동안이나 횡행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인용없이 남의 저서나 논문의 일부를 베끼는 표절 행위는 학자의 양심을 포기한 중대한 범죄행위다. 이같은 파렴치 행위는 용서받을수 없는 비도덕적 처사로 저작권 침해와 대학 업무 방해는 물론 어렵게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최근 제자 성추행 등 교수사회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라있다. 무너진 교수의 권위는 결국 교수 스스로 찾아야 한다.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아울러 재임용 기준 등 대학교수 평가제도의 개혁도 시급해 보인다. 땅에 떨어진 스승의 도(道)부터 바로 세워야 윤리 불감증의 우리 사회가 맑고 건강해질 수 있다. 대학은 바로 그 전초기지기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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