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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기적의 도서관

소설가 황석영의 새 소설 ‘해질 무렵’에는 건축가인 주인공 박민우의 선배 건축가로 김기영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말기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함께 동해안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건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담겨야 한다는 그의 이상주의를 주위에선 실력이 없다고 평가하지만 박민우는 그런 어리석은 순진함이야말로 그의 실력이라고 여기며 좋아한다. 황석영은 ‘작가의 말’ 끝에 김기영의 일화를 건축가 정기용의 일화에서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정기용은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도시의 랜드마크에 매달릴 때, 농촌으로 달려갔다. 10년간 30여개의 공공건물을 지은 무주프로젝트는 그의 건축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무주군청 주차장을 지하로 넣고 주민들의 쉼터로 만들었다. 건물엔 등나무를 식재해 자연과 건물이 표정을 만들어가도록 했다. 한번은 무주 안성면사무소를 지어달라는 주문에 주민들에게 어떤 면사무소를 원하는지 물었다. 주민들은 “그런 거 말고 목욕탕이나 지어달라”고 엉뚱한 소릴 했다. 정기영은 주민의 요구를 마음에 담았다. 그는 건축을 내 멋 부리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공공건물이란 주민의 요구를 건축으로 번역하는 일”이라는 것. 바로 국내 유일의 목욕탕 달린 면사무소를 지은 것이다. 이 면사무소는 유명 관광코스가 됐다.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와 함께 진행한 6곳의 기적의 도서관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담겨 있다. 이 기적의 도서관 6곳에서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가 12월23일까지 찾아가는 공연을 펼친다. 어린이 공연 ‘친구는 게임 중’이란 작품이다. 2011년 작고한 정기용이 생전에 김민기 대표에게 “기적의 도서관에서 어린이 연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실현되는 것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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