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외국인 강사에게 전화로 영어를 배우고 있는 김영지(여ㆍ가명) 씨는 최근 강사와 대화를 나누다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 여자 형제가 있다는 김 씨의 말에 강사가 ‘오늘의 영어 표현’이라며 ‘Prostitution’이란 단어를 알려준 것. 당시 김 씨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의미를 물었지만, 강사는 “그냥 농담”이라고 답했다. 김 씨는 “나중에 찾아보니 해당 단어가 ‘매춘’을 의미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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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회화 수업을 받을 시간은 부족하고, 해외 연수를 나갈 여건도 안 되는 대학생 및 직장인들 사이에서 최근 ‘전화영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강사와 수강생 가운데 상대방에게 부적절한 언사를 늘어놓거나, 심지어는 성희롱을 일삼는 사례가 빈번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여대생 이모 씨도 지난해 미국 현지인에게 스카이프를 통해 영어를 배우던 중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이 씨가 남자친구와 저녁에 데이트를 한 뒤 헤어졌다는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자, 미국인 영어 강사는 돌연 “다른 건 없었냐”고 물어봤다.
이 씨는 강사의 질문에 “집에 가서 드라마를 보다 잤다”고 답했지만, 강사는 여기서 그치치 않고 “남자친구가 서운했을 것”이라며 성적인 농담을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사가 수강생에게 그릇된 언행을 늘어놓는 사례보다 반대 사례가 더 많다.
강사 입장에선 생계가 걸린 일이라 ‘모험’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필리핀 영어 강사와 한국인 수강생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예컨대 화상 전화 영어를 하면서 프로필란에 음란사진을 걸어놓는다거나, 윗옷만 입고 화상 전화에 응하는 식이다.
수위를 넘어서는 성희롱을 저지르곤 전화영어 사이트 내 자신의 신상정보를 전부 삭제한 뒤 잠적하는 수강생도 있다.
그럼에도 수강생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는 취하는 일은 드물다.
필리핀 현지의 한 전화영어 센터 관계자는 “강사가 문제를 보고하면, 대부분 센터에서 해당 수강생에게 주의를 주는 정도로 끝난다”며, “특히 기업 단체 수강생이 문제를 저지를 땐 해당 기업과의 재계약 때문에 더 쉬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강사에게 부적절한 일을 했다는 경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고, 필리핀 강사에게 주로 벌어지는 걸 보면, 일종의 인종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신진수 필립 잉글리쉬 대표는 “비록 수업이 온라인에서 이뤄지긴 하지만 1대1 수업이라 그런지 폐쇄된 공간에서 남녀가 만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온라인에서 연출되는 것 같다”면서, “사전에 수강생 및 강사에게 관련 내용을 주지시키는 한편, 센터도 성희롱 등 문제가 생겼을 시 즉각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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