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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구가 돌아왔다] 美 원조 블프 vs 中 글로벌 블프 vs 韓 우물안 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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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매해 11월말,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하는 유통가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이하 블프)’. 11월 추수감사절 시즌을 기점으로 미국소매상들이 흑자(Black)로 돌아서는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블프’는 어느덧 연중 최대 할인, 초특가 판매를 뜻하는 전세계적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2009년 타오바오의 프로모션 행사에서 시작된 광군제((光棍节), 소비경기 진작을 위해 우리 정부가 지난 10월 진행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직구 이미지.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같은 블프지만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블프는 최근 몇년 째 그 규모가 소폭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강력한 세일파워를 자랑하며 전세계 해외직구족을 끌어들이고 있다. 광군제 역시 타오바오의 성장세와 맞물려 매해 전년도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올해 처음 진행된 첫 한국판 블프는 ‘반쪽짜리 행사’라는 오명 속에 숱한 숙제를 남기며 마무리됐다. 한 대형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블프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업체가 그해 재고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코리아 블프와 온도차가 있다”며 “강제참여가 아니라 소비자와 업체가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행사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7년째 맞은 中 ‘블프’의 무서운 성장=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11월 11일) 하루동안 912억 위안, 원화로 16조4980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날 알리바바가 벌어들인 10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새 약 60%가 증가한 셈이다. 2009년 타오바오가 11월 11일을 ‘싱글데이’로 프로모션을 한 것에서 시작된 광군제은 3대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한 온라인채널들이 참여,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린다.

중국 온라인시장에 진출한 한국업체들도 광군제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랜드차이나는 이날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에서 18개 브랜드 제품을 50% 할인 판매, 하루에만 320억원의 매출을 올렷다. 작년 광군제와 비교해 40%이상 늘어난 실적이다.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직판 사이트를 운영하는 판다코리아닷컴의 트래픽은 평소의 20배로 이상 뛰었고, 티몰에 입점한 국내 대형마트의 매출 역시 평소의 2배에 이르렀다.

중국판 블프는그 성장세에 힘입어 미국판 블프 못잖은 세계적인 쇼핑행사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국가간 쇼핑장벽이 사라진 지금, 광군제는 탄탄한 플랫폼과 알리페이를 주축으로한 지불시스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 제품과 가격경쟁력 등을 무기로 해외직구족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미 국내의 직구족들에게도 광군제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연례행사다. 광군제 등 중국의 대대적인 온라인 쇼핑할인에 힘입어 대(對) 중국 직구도 매해 늘고 있다.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2011년 약 1000여건에 불과했던 중국 직구 배송대행 건수는 2012년 1만1000여건, 2013년 4만여건, 지난해 8만 5000여건으로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매장행사 보다 ‘모바일 블프’=지난 10월 한국판 블프를 지켜본 소비자들의 아쉬움은 컸다. 시즌마다 이어지는 세일행사로 사실상 ‘연중세일’을 하고 있는 대형유통가에서 낮은 세일폭, 적은 품목의 ‘할인행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판 블프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소비행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최근 트렌드를 살펴보면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쇼핑행사를 주도하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의 대형행사가 아닌 온라인 쇼핑 할인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온라인 쇼핑 할인날인 사이버먼데이는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연평균 17% 이상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 매출이 전년대비 11%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블프 시즌동안에도 온라인의 중요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온라인 시장규모 역시 18억5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2.92% 증가가 전망된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올해 광군제의 전체거래 중 68%도 모바일을 통해 진행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올해 알리바바그룹이 모바일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다. 지난해 광군제의 모바일 거래 비중은 46%였다. 모바일을 통핸 한국상품 구매도 활발했다. 카페24를 통해 티몰글로벌에 입점한 업체의 광군제 모바일 결제 비중은 85%로 작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모바일 이용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어 중국 직판에 나선 국내 업체들의 모바일 매출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블프에 참여한 한 온라인유통업체 관계자는 “소비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데 매장 할인행사만 고집하면 결국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수 밖에 없다”며 “모바일 인프라를 기반으로 블프의 중심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올 필요가 있다”고 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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