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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 “스페셜티 커피는 숨겨진 얼굴을 복원하는 작업”
-하루에 생두 3000만원 어치 과감히 버리기도

-13개국에서 연간 300톤 생두 직접 들여와

-한잔의 커피 뒤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열정, 기술, 사연 들어 있어

-숨겨진 얼굴 복원하는 작업이라 매력적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로스팅 후 일주일이 지난 원두는 다 버려요. 하루에 생두 3000만원 어치까지 버려봤어요. 대충 파는 것은 마음에 안들고, 트럭을 불러서 버렸죠. 요즘엔 너무 아까워서 장애인 바리스타 훈련하는 곳에 매주 보내주고 있어요.”

첫 인상부터 범상치가 않다. 일에 대한 강한 열정도 느껴졌다. 서필훈(40ㆍ사진) 커피리브레 대표 이야기다. 최근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가 인정하는 커피감별사 ‘큐 그레이더’ 자격을 얻은 인물이다. 한국인 최초로 2012 월드로스터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원두 산지에서 직접 유기농 원두를 가져와 매일 커피를 볶고 가격도 저렴한 커피전문점 ‘커피 리브레’를 열어 호평을 받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에 관한한 전문가로 통하는 서 대표. 고려대학교에서 서양사학과를 전공하던 그는 학교 후문쪽에 자주 가던 커피숍 ‘보헤미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로스팅과 핸드드립 등 커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몸으로 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처음엔 일식을 배웠다가 ‘형식을 중요시하는 코스’란 판단에 적성에 맞지 않자 커피 쪽으로 눈을 돌렸다.

“커피로 다른 사람에게 나를 표현하고 내 기술로 만든 커피로 다른 사람이 만족할 수 있다면, 소박하지만 정직하고 멋진 일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한잔의 커피 뒤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열정, 기술, 사연 등이 숨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밝히는 작업들에 꽤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보헤미안’ 커피숍은 한국 바리스타 1세대인 박이추 선생의 수제자인 최영숙 씨가 물려받아 운영하던 곳으로, 그는 아르바이트에서 시작해 정직원이 돼 4년간 근무하면서 커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결과, 2007년 낙방 후 2008년에 재도전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가 인정하는 ‘큐 그레이더’ 자격을 땄다. ‘큐 그레이더’는 커피 원재료인 생두의 품질을 평가하고 커피 맛과 향을 감별하는 사람이다. 미국스페셜티협회가 인정하는 큐 그레이더는 당시엔 생소했지만, 2010년부터는 한국에서도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한국인 자격증 보유자만 2000여명에 달한다.

그는 2009년 10월 ‘커피 리브레’를 창업하고 난 뒤에는 1년에 100일 이상을 좋은 생두를 찾기 위해 해외에 머물고 있다. ‘리브레’는 스페인어로 ‘자유롭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커피를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수확시기에 맞춰 가야 좋은 원두를 살 수 있어요. 지금은 13개 국가에 직접 들러 연간 300톤 정도의 원두를 들여옵니다. 이제는 5~6년이나 지나 전화로 주문을 해도 되지만, 직접 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인간관계가 중요해 직접 방문을 하고 있어요.”

그는 더 좋은 품질의 원두를 사기 위해 높은 가격을 주고 계약을 하고 오기도 한다. “내년에 더 좋은 커피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도 하고, 이런 과정에서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핑’(커피의 본질적인 맛 테스트) 점수가 국제 기준 80점 이상이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전체 커피 소비량은 늘지 않지만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호주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커피가 가장 핫(hot)한 시장인 만큼, 스페셜티 커피 시장도 발전할 것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뒤에 숨겨진 농장주, 품종, 가공방식 등을 복원하는 작업으로, 앞으로도 숨겨진 얼굴을 복원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싶어요.”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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