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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티는게 능사 아냐’…새 먹거리 찾아 나선 포스코
-층간소음 방지강부터 전기차 소재까지
-새로운 틈새 먹거리 발굴해 신규 수익 창출
-포스코-고객사 간 솔루션 마케팅 가시적 성과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전세계 철강재 공급 과잉으로 국내 철강 업계가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있다. 포스코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 철강 시황에 대비해 ‘장기전’에 돌입했다. 전통적인 철강 수요에 매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발굴해 신(新)기술을 개발하고 틈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포스코의 전기강판을 홍보, 전시한 ‘HYPERNO’ 포럼을 찾은 참석자들이 포스코센터 아트리움에 전시된 글로벌 자동차사의 차량을 구경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층간소음을 잡기 위한 특수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기존 자동차 강판에서 범주를 확장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소재로도 발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포스코가 개발한 층간소음 방지재인 ‘고망간 방진강(防振鋼)’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층간소음 방지 1등급 기준을 획득했다. 이 소재는 포스코의 용융아연도금강판과 망간을 결합해 만든 제품이다. 아파트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더라도 아래층은 조용한 도서관 정도(37~40dB)의 소음으로 줄어든다.

포스코는 “포스코건설과 동아에스텍, 에스아이판 등 중소 건축 회사와 솔루션마케팅을 통해 공동 개발한 성과”라며 “중소기업과 상생경영 모델로, 포스코 입장에서도 신규 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창출한 윈-윈(win-win) 사례”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올해 국내에서만 45만호에 이르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약 2만톤의 강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차 시대에 대비한 소재 혁신에도 매진하고 있다. 포스코가 미래 먹거리로 개척한 ‘무방향성 전기강판(Non-Oriented Electrical Steel)’은 주로 자동차 모터코어와 가전, 중전기 제품 등에 사용되는 고급 소재로, 모터의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오인환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은 “전세계 풍력발전소, 전기차, 가전제품 등 고효율 모터에 포스코의 기술력이 반영된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글로벌 자동차사 르노와 손잡고 차량 경량화 소재 개발에 앞장서왔다. 연료 1리터로 100km를 가는 르노의 콘셉트카 ‘이오랩’에는 포스코의 경량화, 고강도 강판이 적용됐다.

신소재 외에도 기존 강종의 기술혁신을 통해 신규 시장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포스코는 국내 물탱크 제조사인 금강과 기술협력 MOU를 맺고 배수지용 스테인리스 물탱크 개발을 진행중이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고망간 방진강(防振鋼)을 적용한 바닥판(시공후).

배수지는 시간대마다 다른 물 사용량을 고려해 급수량을 조절하고 공급하는 시설로, 기존 콘크리트 소재의 균열과 누수가 문제가 되면서 스테인리스 물탱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만 스테인리스 물탱크는 최대 4000톤 규모로 한정돼 있어 포스코는 2만톤 규모의 대용량 배수지 개발에 나선 상태다. 포스코는 이번 개발로 연간 1만톤의 스테인리스강 추가 수요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그외에도 포스코는 1만9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BCA 보증강’도 개발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인증받은 BCA 보증 후판제품(E40)은 극한 환경에서도 깨지지 않는 탄탄한 강재다. 포스코는 초대형 선박 발주량이 느는 만큼, 이 강재 공급이 올해 3000톤에서 2017년 1만톤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신규 먹거리 개발은 포스코의 기존 철강 수요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지 않곤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권오준 회장은 “세계 철강 공급과잉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무조건적 투자가 지금의 공급과잉을 낳았다. (공급과잉이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만큼 각오하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이 강조한 ‘내실’은 포스코의 강점인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혁신의 포스코가 다양한 시장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기술개발을 통해 고수익 먹을거리를 찾는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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