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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ECD의 한국 재정건전성 최우수 평가가 반갑지 않은 이유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2015년 재정상황 보고서(The State of Piblic Finances 2015)’에서 한국을 재정건전성 최우수 국가의 하나로 평가하자 기획재정부가 이를 정부 재정정책의 성과라면서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OECD의 이러한 평가를 마냥 반기기가 어려워 보인다. OECD의 평가가 한국 재정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감안하지 않은데다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나 기관들의 평가가 해당 국가가 견지해야 할 정책방향까지 제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신용평가사들이 한 나라의 경제나 재정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다가도 상황이 악화되면 태도를 돌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던 터여서 오히려 긍정적 평가를 더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이달 6일 발표한 ‘2015 재정상황 보고서’에서 한국의 재정상황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재정여건이 양호했으며, 위기 극복과정에서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재정건전화가 필요 없는 수준”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금융위기 이후 회원국 대부분의 재정상황이 악화됐다면서 한국을 재정여건이 가장 우수한 나라로 분류했다.

사실 한국의 재정상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이번만이 아니다. IMF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충분한 재정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재정이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을 권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는 올 4월과 9월 우리나라의 양호한 재정상황을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의 긍정적 요인으로 제시했다.

수치로만 보면 한국의 재정상황은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9%로 OECD 평균 118%(2013년 기준)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추가적인 재정건전화 조치가 필요치 않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많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매년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적자는 2009년 이후 줄곧 적자를 내고 있고, 그 규모도 2010~2011년 13조원 수준에서 2013년 21조1000억원, 지난해 29조9000억원에서 올해는 8월말 현재 34조원을 넘었다. 정부의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적자가 33조4000억원, 내년에는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는 2008년 309조원에서 매년 적게는 20조원대에서 많게는 50조원 이상 늘어나 지난해 533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595조원, 내년에는 645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와 내년을 기준으로 보면 2년 사이에 100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난해 35.9%, 올해 38.5%, 내년 40.1%로 높아지지만, OECD 평균에 비해 낮다는 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OECD 평균에는 금융ㆍ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도 포함돼 단순비교가 어렵다. 더구나 국민소득 3만달러 전후 시점의 선진국 국가채무 비율과 비교하면 한국이 양호하다고 보기 어렵고, 한국의 증가속도는 위험수준이다.

OECD나 IMF로서는 세계경제의 성장이나 수요 확대 측면에서 한국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반가울 수 있지만 한국으로선 이처럼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들 국제기구들은 그리스를 비롯해 그 동안 재정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에 대해서도 과거엔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회복에 기여한다고 주장하다가 재정이 악화되자 태도를 바꿔 지탄을 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직전에만 해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냈지만 정작 위기가 닥치자 이들 국제기구는 물론 신용평가기관들이 일제히 태도를 바꾸었던 것은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신용등급 변화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변화를 보였다. S&P는 1997년 8월까지 역대 최고등급인 AA-를 유지하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불과 몇개월 사이에 B+로 11계단이나 강등하면서 정크본드로 만들어버렸다. 무디스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까지 A1을 유지하다 불과 두달 사이에 Ba1으로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9월 S&P가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했지만,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5~1997년 사이에 한국이 받았던 신용등급과 같다. 하지만 이 등급을 부여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외환위기의 재앙을 만났던 점은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점이다.

결국 OECD나 IMF 같은 국제기구들의 재정상황 평가는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 이걸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다간 큰 재앙을 만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안정성은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지 국제기구가 지켜주지 않는다. 그들은 냉정한 관찰자일 뿐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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