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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분양 임박한 재건축 최대魚 ‘가락시영’은 지금 전쟁터(?)
-“입주권 막차 타자”, “분양권 웃돈 얼마?” 들썩들썩
-수천가구 움직이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도 꿈틀꿈틀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지난 7일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자리에서는 기존 아파트 철거와 새 아파트 기초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10m가 넘어 보이는 철제 가림막이 현장을 감쌌다.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분양임박’이 적힌 현수막은 빗물에 젖어서 글자가 더욱 또렷해 보였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단지 경계를 따라서 10m 이상 되는 공사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재건축 아파트인 ‘헬리오시티’ 일반분양은 13일로 예정돼 있다.

공사현장 입구에서 안쪽을 들여다봤다. 6600여가구가 살던 가락시영의 전체 면적은 약 41만㎡로 잠실종합운동장 총부지(40만2000여㎡)에 맞먹는다. 1ㆍ2차 134개동 대부분은 사라졌고 철거를 앞둔 3층짜리 상가와 아파트 한 동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 허물어진 건물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전쟁 통에 폭격당한 도시를 연상케 했다.

기존 아파트를 비워낸 이 자리엔 2018년 하반기쯤 ‘송파 헬리오시티’라는 이름의 새 아파트가 조성된다. 84개 동에 9510가구가 들어찬다. ‘최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규모다. 조합원 물량을 뺀 1558가구에 대한 일반분양은 오는 13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날 가락시영 주변의 공인중개업소는 또 다른 전쟁터였다. 잔여 조합원물량(입주권)을 잡으려는 손님과 일반분양 계획을 세우려는 손님들이 중개업소 문을 한꺼번에 두드렸기 때문이다. 방문 손님을 응대하느라 전화 벨소리는 무시하는 장면도 흔했다.

헬리오시티 공사 현장의 출입구 사이로 철거를 기다리는 상가건물이 보인다. 레미콘 차량을 비롯한 건설 장비들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동ㆍ호수를 고를 수 있는 조합원 매물(입주권)은 10월 중순 이후로 거래가 소폭 늘었다고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전한다. 지난달 15일 열린 가락시영 조합의 대의원총회에서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2626만원으로 잠정 결정되면서다. 분양가 ‘감’을 잡게 되자 입주권 확보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매매로 집중됐다.

송파역 1번 출구 인근 삼천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별 기준가격의 윤곽이 잡히면서 소강상태였던 조합원 매물 계약 건수가 늘었다. 7~8월에 20건이 계약됐다면 10월 이후로는 40건 되는 수준”이라며 “거래 가격도 보통 2000만원쯤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주권 가운데 초기자금(기존면적 매매가-이주비)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소위 ‘인기 매물’은 찾기 힘들다. 전용면적 49ㆍ59㎡ 기준으로 초기자금이 3억원이 드는 매물은 이미 많이 팔렸다. 지금은 4억~5억원이 필요한 매물이 주를 이뤄 여력이 안되는 수요자들은 덤비기 어렵다.

한 중개업소 사장은 통화를 하면서 “사모님이 아파트 큰 걸 가지고 계셔서 일반분양은 (당첨되기) 힘드실 거에요. 그러게 진작에 조합원 물량 괜찮은 거 하시라고 했잖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손님들 가운데 대다수는 ‘웃돈’이 관심사다. 이들은 재건축 후 4ㆍ5단지에 편입되는 동이 가장 ‘돈이 되는’ 것으로 꼽는다.

가락동 명지부동산 관계자는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몇 억씩 붙었다니까 (여기도) 당첨만 되면 다 붙을 줄 아는데 그건 우리도 장담 못한다”며 “일반분양은 철저히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어떻게든 당첨만 되겠다며 부랴부랴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는 사례도 꽤 많은 걸로 안다”며 “단지 남서쪽에 위례~신사선 가락역이 들어서는 걸 감안해서 아예 비인기 동을 공략하겠다는 손님들도 있다”고 했다.

수천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움직이자, 주변 아파트의 가격도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가락시영 북쪽에 맞닿아 있는 ‘송파 동부센트레빌’의 시세는 6억5000만~7억원(전용 84㎡)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줄곧 가격변동이 없었으나 6~7월 이후 4000만~5000만원 가량 올랐다고 한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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