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車도 집처럼 ‘오너’에서 ‘유저’로…빌려 타는 시대 성큼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보험 업계서부터 사회 생활을 시작한 김모(28)씨는 3년전 평소 사고 싶은 BMW 3시리즈를 알아보다 구매 계획을 포기했다. 당시 신차 가격은 5000만원에 육박해 현금으로 사거나 할부로 구매하기엔 사회 초년생인 김씨에게 부담이 됐다. 그래서 김씨가 선택한 것은 리스금융이었다. 김씨는 차값의 30%를 보증금으로 걸어놓고 3년간 매달 130만원씩 납부하면서 3시리즈를 이용했다. 매달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지만 보험업 특성상 개인사업자였던 김씨에게는 리스 비용을 경비로 처리해 종합소득세를 적게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최근에는 법인장기렌터카, 단기렌터카 고객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개인장기렌터카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렌터카]

#2011년부터 3년간 장기렌터카로 쏘나타 LPG 모델(당시 가격 1636만원)을 탄 박모(40)씨는 1년을 연장했다. 덕분에 월마다 내는 비용이47만원에서 연장 후에는 32만7000원으로 인하됐다. 중고차 시세가 일반적으로 5년이 지나면 신차 가격 절반으로 떨어지니 내려간 렌터카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박씨는 판단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1대 이상(작년 기준) 될 정도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마이카’ 현상은 여전히 강세다. 하지만 차를 일시불이나 할부로 사지 않고 자신이 매달 부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비용을 부담하며 마치 내차처럼 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월세로 주거를 해결하듯이 차도 일정 기간 빌려서 타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장기렌터카 고객이 늘면서 정기적으로 차량을 점검해주는 등 고객관리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제공=AJ렌터카]

10일 본지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간 렌터카 등록 규모는 2012년 30만8277대에서 작년 43만3196대로 증가했다. 올해 9월 누적 현황으로는 48만5056대에 이르러 연간 렌터카 ‘5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렌터카 등록 규모가 3년 만에 60% 이상 증가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렌터카 시장의 최근 두드러진 특징은 장기로 렌터카를 이용하는 개인 고객이 늘고 있고, 젊은층 중심으로 이 같은 행태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30분 등 초단기 동안 차를 빌려타는 카셰어링이 젊은층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제공=쏘카]

장기렌터카는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60개월까지 일정 정도의 대여료를 내고 이용하는 차량을 가리킨다.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 롯데렌터카의 경우 개인 장기렌터카 고객 비중은 2011년만 해도 렌터카 사업 전체의 6.7%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2년 10.4%, 2013년 15.4%, 2014년 19.2%, 올해 8월 20.7%로 꾸준히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법인 장기렌터카 고객과 단기ㆍ월간 렌터카 고객이 63.5%에서 54.2%, 29.9%에서 25%로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점유율 2위 AJ렌터카에 따르면 개인 장기렌터카 고객 중 20~30대층은 2012년 35.8%에서 올해 3분기 42.5%로 증가했다. 특히 20대 고객은 2012년 1.5%에서 올해 3분기 10.9%로 7배 이상 늘어났다. 박준정 AJ렌터카 마케팅팀장은 “과거엔 자동차를 구입해야 한다는 오너(Owner) 마인드가 강했지만 최근엔 장기렌터카 등을 통한 유저(User) 마인드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20대 젊은 세대일수록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에 대한 습득이 빨라 개인장기렌터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를 실구매하지 않고 리스 서비스를 통해 차를 이용하는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리스금융 물건별 리스실적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2004년 1조6830억5000만원에서 작년 7조9287억7400만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1분기까지 실행된 자동차 리스금융 실적은 2조4342억3700만원으로 올해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FTA 발효로 인한 수입차 관세 인하 효과로 수입차 등록이 늘면서 리스금융 실적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원산지 수입차는 작년 7월 이후 관세가 인하됐고, 미국원산지 수입차는 내년 3월 이후 관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남과 함께 차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대여로 발빠르기 바뀌면서 리스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젊은층 위주로 최소 30분부터 초단기로 차를 빌려타는 카셰어링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린카의 경우 2011년대비 올해 기준 회원수는 1만3000명에서 85만명, 보유차량은 110대에서 2500대, 차고지는 50개에서 1650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고객의 80% 이상이 20~30대다. 그린카는 대학 캠퍼스내 30개, 캠퍼스 인근 150개의 대여 장소를 운영하며 젊은층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실속 중심의 사용자들이 빌려타는 형태로 차를 이용하지만 고려할 점도 있다. 보험사들은 장기렌터카 이용 후 자동차 보험을 다시 들면 처음 가입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무사고 운전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이에 운전경력이 길고, 사고이력이 거의 없는 소비자들에게는 장기렌터카보다 신차 구입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