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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데이터] ‘치밀한 승부사’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다음 승부수는?
일거에 중형자 24만대분 신약기술 수출…합성신약 등 파이프라인 23개 대기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 국내 제약사(史)를 새로 쓴 한미약품의 다음 승부수는 뭘까? 또 몇 건의 대형 수출계약을 성사시킬까?

시장에선 온통 한미약품과 ‘치밀한 승부사’ 임성기(75) 회장에 쏟아지는 관심뿐이다. 


한미약품은 현재 당뇨 및 항암신약, 복합신약, 개량신약 등 전임상에서 임상1∼3상에 이른 총 23개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임상3상 단계에 있는 것만 9개다. 시장의 가치평가는 개발 중인 약물의 시장성과 성공여부에 달렸지만 그만큼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또 몇 개월 내에 사고를 치게 될까’라는 부러움과 시샘 섞인 관심이 한미약품으로 모아져 있다. 그 부러움은 하루아침의 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알려진대로 임 회장은 승부사다. 국내 10위권 대형 제약사 중 가장 후발주자(1973년 설립)인 한미약품의 42년 일관된 전략은 차별화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들이 그렇듯 복제약에서 출발해 개량·복합신약이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다. 이런 개량신약 전략에 대해 업계에선 한동안 시큰둥했다. 복제약 몇가지 합치거나 성분 일부를 바꾼 것을 두고 감히 신약이라고 부른다는 투였다. 하지만 약의 효능과 환자의 편의성은 분명했고, 시장은 커졌다. 나름의 기술력 없이는 도전하기도 어려웠다.

시장 참여자들이 늘면서 개량신약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2000년대 후반 한미약품은 신약 기술에 도전했다. 현재의 성과는 그 때 뿌린 씨앗이 결실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신약개발은 실패확률이 95%가 넘는 불확실성 그 자체의 세계다. 임 회장 같은 오너의 승부사 기질과 뚝심이 없다면 해내기 어려운 분야다. 임상개발 단계에서만 예사로 1000억∼2000억원이 든다. 한 때 회사가 유동성에 위기를 느낄 정도였으나 임 회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 연구개발에만 매진하라.”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의 13%인 1354억원에서 올해 3/4분기까지는 19%에 달하는 1380억원을 R&D에 썼다. 임 회장이 R&D투입액을 비용이 아닌 투자 또는 원가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2, 3위 제약사의 연간 매출액 절반 수준에 불과한 국내 제약시장(2014년 19조3700억원)의 현실에선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이 이번 사노피와 맺은 총 39억유로(4조8400억원)의 당뇨신약 기술수출은 중형차(대당 평균 2000만원)로 치면 24만2000여대에 해당한다. 신약의 부가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대로라면 아마도 현재의 기록을 고쳐 쓰게 될 이는 다시 한미약품일 것이라는 제약업계의 예상이 무리는 없어 보인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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