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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 “나는 레즈비언” 커밍아웃
[헤럴드경제=김선진 객원 에디터]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장에 단독 출마한 김보미(23ㆍ소비자아동학부)씨가 5일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7시 교내에서 열린 간담회서 출마 이유를 밝히며 “서울대가 구성원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저는 레즈비언이라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얼마 전 커밍아웃한 애플의 CEO 팀 쿡의 말처럼 성적지향을 사적 영역의 문제로 두기를 포기함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포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를 시작으로 모든 서울대학교 학우들이 본인이 속한 공간과 공동체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 40여명은 김씨가 커밍아웃을 하자 수차례 박수를 치는 등 응원하는 반응을 보였으며 김 씨의 발표문이 게재된 서울대저널 홈페이지는 이날 저녁 트래픽 초과로 다운되기도 했다.

지난 57대 총학생회의 부총학생회장이었던 김씨는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 그동안 ‘서울대 교수 성희롱·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행동’ 학부생 대표,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기구인 ‘학생ㆍ소수자인권위원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해왔다. ‘다양성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란 문구가 김씨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슬로건이다.

아래는 김 후보자가 공개한 발표문 요약.





열심히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괴로워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상성’이라는 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레즈비언입니다.



(중략)



개인의 성적지향은 사적 영역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굳이 선거 출마를 결심하며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학교생활에서 성적지향은 필연적으로 언급될 수밖에 없으며 언급될 때마다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저는 완전히 ‘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는 제 얼굴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저 게이 친구가 많아 그런 이슈에 관심을 갖는 이성애자로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생각에 주변 친구들에게 하나 둘씩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친구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들은 저의 성적지향에 대하여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었습니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커밍아웃이었죠.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신기하게도 제 친구들과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어갔습니다. 자연스럽게 소수자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과, 자기도 사실 성소수자라며 커밍아웃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 그리고 커밍아웃을 통해 그 전보다도 더 쾌활하게 생활하는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개인적 계기로 커밍아웃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 저는 함께 자신의 삶과 관점이 바뀌는 경험을 하였고, 이는 정말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총학생회장으로서 학교에 불러오고 싶은 변화 또한 이 경험과 맞닿아있습니다. 얼마 전 커밍아웃한 애플의 CEO 팀 쿡의 말처럼, 성적지향을 사적 영역의 문제로 두기를 포기함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저는 포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저를 시작으로 모든 서울대학교 학우들이 본인이 속한 공간과 공동체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모두의 삶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인정되는 사회.’ 이것이 제가 바라는 이 학교의 모습이자 방향성이며, 오늘 출마와 함께 여러분께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입니다.



제58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디테일 선본의 이번 슬로건은 ‘다양성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입니다. 각자 고유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학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되 뜻을 함께 하는 하나의 움직임. 저는 이 움직임을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치러진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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